인도네시아 국정 교과서 ‘과거사 미화 논란’에 발간 연기···인권단체 “전면 폐기해야”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 사업이 과거사 미화 논란에 휩싸여 발간이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교과서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자카르타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독립 8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국정 역사 교과서 사업이 지난 10일 연기됐다.
인도네시아 군도의 초기 문명에서부터 지난해 10월 끝난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 2기 시절까지의 역사를 담은 10권 분량의 역사서는 당초 독립기념일인 오는 17일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역사 왜곡과 인권침해 사건 누락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는 11월10일 ‘영웅의 날’로 발간을 연기했다.
파들리 존 문화부 장관은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연기 사유로 “초안을 보완하기 위한 2~3차례의 공개 토론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 교과서 집필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비판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너무 급하게 써진 건 아니다”며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현재 인도네시아 전역 34개 대학 소속 112명의 역사학자가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과서는 인권 침해 역사 대다수가 기록되지 않은 초안이 유출되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닛케이 아시아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한 중대 인권침해 사건 17건 중 단 두 건만이 포함됐다. 특히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1997~1998년 비판 세력 22명에 대한 납치 사건, 1998년 인도네시아 폭동 당시 발생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대상 폭력·성폭력 사건 등이 축소·누락됐다. 지난 6월 파들리 존 장관이 한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1998년 성폭력 사건은 인정하지만 ‘집단 강간’이라는 표현은 입증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정부의 국정 교과서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권 비정부기구 ‘콘트라스’의 디마스 바구스 아리아 조정자는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사업은 투명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역사를 조작하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처음부터 (연기가 결정된) 지금까지 이 사업을 거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수십명의 역사학자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역사 투명성 협회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인권 운동가는 “이번 연기는 정부가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2014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수하르토 정권 말기 활동가들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며 “명령에 따른 합법적 조처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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