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의 널 위한 변호] 정당방위

김명식 법무법인 필 변호사 2025. 8. 13. 18: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명식 법무법인 필 변호사

지난 7월 23일 오전 11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최말자 씨의 중상해 혐의에 재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하였다. 최 씨는 만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상대방의 혀를 깨물어 혀를 약 1.5cm 절단되게 한 혐의로 중상해로 기소되었고,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아,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반해 성폭행을 하려고 했던 가해자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만 적용되어 최 씨보다 낮은 징역 6개월, 집행유에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벌하지 아니한다(형법 제21조 제1항). 이를 정당방위라 하는데, 이는 어떠한 행위가 형법상 범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나 위법성이 없으므로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그 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데(형법 제21조 제2항), 이를 '과잉방위'라 한다. 문제는 정당방위의 요건인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즉 "상당성"의 요건을 법원이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 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어떠한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하므로, 위법하지 않은 정당한 침해에 대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때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인지는 침해행위로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로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를 한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1. 5. 7. 선고 2020도15812 판결 등).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 따라 다수의 하급심 판례는 방위행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가 침해행위로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를 초과할 경우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도 인정하지 않고 유죄를 인정하여 왔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에서도 그 당시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기 보다는 양쪽이 서로 피해를 입었다면, 소위 "쌍방폭행"으로 보아 먼저 공격을 받아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폭력 등을 행사한 자도 기계적으로 송치, 기소하여 왔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에서 다수가 한 명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 방어하다가 서로 다쳐도 양쪽 당사자가 모두 처벌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필자가 경찰 근무를 할 때부터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인데, 아직까지도 이러한 실무가 유지되고 있다. 사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받고 있는 피해를 엄밀하게 계산하여, 상대방에게 동등한 수준의 방어만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방어를 하다 보면 당연히 이를 넘는 정도의 수단을 행사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위법한 행위를 먼저 한 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과도한 방어행위를 한다고 한들, 그것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로 보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과도한 사적 제재를 허용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되어야 하지만,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고, 공권력에 대한 경시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타인의 불법적인 침해행위로부터의 방어 행위는 이전보다 더 넓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검찰의 무죄 구형은 매우 타당하며, 법원의 입장과 수사기관의 실무도 이에 따라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