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신설 미뤄 맥빠진 탄소중립 정책···기후·환경 국정과제 ‘반복’ 혹은 ‘원론’

오경민 기자 2025. 8. 13. 17: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개최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8.13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 5년 정책의 청사진이 될 국정과제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빠지고, 에너지 관련 공약은 대부분 경제·산업 분야로 포함됐다. 기후환경 단체들은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의 절박함을 찾아 보기 어려운 “맹탕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국정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국정과에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한 정부 조직개편은 언급되지 않았다.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를 전환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후공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환 의원이 환경부 장관으로 낙점되면서 산업 경쟁력과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추진할 강력한 기후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취임 후 김 장관은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문명 체계를 짜겠다”는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포부를 밝혀왔다.

최근까지도 국정위는 환경부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을 넘겨 환경부를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하는 방안과 환경부 기후정책실과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을 통합해 환경부·산업부와 별도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까지 두 안을 두고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조직개편안 발표가 미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당장 기후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부처가 불분명해지면서 에너지 부문이 아노미 상태가 될 우려가 있다”며 “당장 하반기에 2035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정책이 추진이 안 될 수 있어 빠른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위에서 기후에너지부 관련 조직 개편 구상이 나오지 않으면서 ‘김성환표 에너지 정책’은 당분간 보기 어렵게 됐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탄소중립을 위한 경제구도 개혁’ 등 굵직한 기후과제들은 일단 모두 산업부 쪽으로 편성됐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방점을 두어야 할 에너지 정책이 당분간 갈피를 잃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녹색연합은 “기후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 경제와 산업의 관점에서 수립돼 우려스럽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목적 그 자체가 되고, 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생태적 수용성을 간과할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국정의 축이 여전히 경제·산업 성장에 놓여 다른 과제들이 부차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조직 구성 외에 기후·환경 관련 공약도 빈곤하다. 123대 국정과제 중 기후·환경 관련 공약은 8개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맡은 과제는 5개다. ‘지속가능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 ‘국가 기후적응 역량 강화’ ‘모두가 누리는 쾌적한 환경 구현’ ‘4대강 자연성 및 한반도 생물다양성 회복’ 등으로 원론적 내용이 다수다.

분과별 발표 내용에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강화’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감축 경로 마련’ 등 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됐으나 이 역시 당연히 해야 할 과제이거나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던 정책이라 새롭지 않다. 기후환경단체인 플랜 1.5도는 “기후위기 대응이 우리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임에도 국정과제에서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고 내용도 빈약했다”며 “배출권거래제나 감축 목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배출권거래제의 감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은 윤석열 정부 때도 나왔지만, 이번 국정과제에서는 구체적 목표 없이 선언적으로 포함됐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책임 달성’ 역시 파리협정 당사국이라면 실천해야 하는 목표로, 구체적인 연도나 비율 등 수치가 없으면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다. 육상 보호지역 30% 확대 역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서 3년 전 합의된 내용이다. 2030년까지 78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는 지난 정부 때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수준이다.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사회2분과가 발표한 기후관련 정책. 국정기획위원회·환경부 제공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