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호할 것 아니면 쓰지마!"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과 대출협의 항변 [추적+]

김정덕 기자 2025. 8. 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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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국제도서전에 무슨 일이②
대출협과 주식회사 사유화 논란
주주 모집 실패할 것 예측했나
주식회사 전환 어쩔 수 없었나
출판단체와 협의 필요 없었나

# 우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1편'에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대출협)를 상대로 제기한 비상식적인 수사 의뢰 사건을 다뤘다. 문체부는 "대출협이 보조금법을 어겼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건데, 문체부가 제대로 된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아 무혐의로 종결됐다. 대출협으로선 억울함을 해소한 셈이다.

# 하지만 석연찮은 구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체부의 수사 의뢰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지원되던 정부 보조금이 끊겼다. 그러자 대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했는데, 그 과정에서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대출협은 여기서도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까. '서울국제도서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2편'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이 주식회사로 전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2편을 펼치기 전에 '서울국제도서전 베일 속 이야기 1편'의 내용을 간략하게 복기해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8월 "보조금법에 따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수익이 나면 정부 보조금의 일부를 반환해야 하는데,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대출협)는 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출협에 지원되던 각종 정부 보조금(서울국제도서전 보조금 포함)도 이때를 기점으로 끊겼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 7월 경찰은 "대출협이 혐의를 부인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한 것과 달리 문체부는 '납득할 만한 반박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문체부의 수사 의뢰가 무리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출판업계에서도 "문체부의 '수사 의뢰'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부에선 2023년 6월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에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축사를 맡으면서 몇몇 의전을 두고 문체부와 대출협이 갈등을 빚었는데, 이 때문에 문체부가 수사를 의뢰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문체부가 수사만 의뢰한 채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이 소송의 여파가 다른 논란거리로 번졌다는 점이다. 다름 아닌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이다. 대출협은 정부 보조금이 끊기자, 2024년 4월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보조금 없이 자체 사업을 통해 서울국제도서전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한 후 공개된 지분율은 다소 의아했다. 대출협 지분 30.0%, 윤철호 대출협 회장이 운영하는 출판사 사회평론의 지분 30.0%, 기타 출판사들 지분 10.0%였다. 현재 대출협의 수장이 윤 회장이니까 그의 지분이 사실상 60.0%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 회장은 2023년 3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2017년부터 9년째 장기집권 중이다. 대출협에서 윤 회장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출판업계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이 훼손됐다" "대출협 회장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사유화했다"는 등의 비판이 나온 건 그래서다. 한국출판인회의 정책위원장인 신정민 교유당(출판사) 대표는 "정부 지원과 출판사들의 참여로 성장해 온 공적 자산을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에 대출협은 어떤 입장일까. 대출협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끊긴 상황에서 대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을 문제없이 이어가고자 했고, 운영 자금을 모으기 위해 주식회사 전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와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주식회사 전환'을 꾀했다는 거다.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을 설립하려면 문체부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 문제점① 주식회사 전환 배경 = 그렇다면 대출협의 주장처럼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 하나씩 따져보자. 먼저 살펴볼 건 윤 회장에게 지분이 쏠린 배경이다.

[사진|뉴시스]

대출협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대출협 회원사들을 상대로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두번이나 주주 모집 공고를 냈다. 하지만 상장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고, 대단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닌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는 게 얼마나 매력이 있겠나. 그러다 보니 주주가 되려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결국 윤 회장이 결단을 내린 건데, 그걸 두고 사유화라는 주장이 나오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 주장엔 모순이 있다. 대출협의 주장처럼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의 주주가 되는 게 별 매력 없는 일이고, 그에 따른 지분 쏠림 현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주식회사 전환' 과정 자체가 그만큼 부실했다는 얘기가 된다. 스스로 대출협의 무능을 고백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 문제점② 서울국제도서전 운영 어려웠나 =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문체부의 수사 의뢰로 대출협에 지원하던 정부 보조금은 끊겼지만, 문체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예산을 배정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는 각 출판사에 300만원씩을 지원했다.

2024년부터 출판사들은 그 돈을 대출협에 부스 비용 등으로 지불했다. 명목만 달라졌을 뿐 정부 보조금이 '돌고 돌아서' 대출협으로 들어간 셈이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진행할 돈이 없어서 주식회사로 전환했다는 대출협의 주장에 구멍이 있다는 거다.

이쯤 되면 '서울국제도서전을 사유화한다고 얼마나 큰 이익을 벌어들이겠느냐'는 반론이 나올 법하다. 이는 문체부가 수사를 의뢰할 당시 경찰에 제출한 대출협의 수익금 내역을 참고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대출협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020년(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진행)을 제외한 4년간 총 17억4115만원의 수익을 냈다. 연도별로 보면 정산액 기준 수익금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4억원, 2021년 2억3310만원, 2022년 7억805만원이었다.

[※참고: 경찰이 문체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건 대출협이 아무런 수익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경찰은 대출협이 수익금을 고의로 누락하지 않았다는 걸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대출협이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수익(참가비ㆍ입장료ㆍ굿즈 판매비 등)을 낸 건 사실이다. 이는 대출협도 인정했다.]

■ 문제점③ 관행의 이탈 = 짚어볼 점은 더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결정하는 과정이 기존의 관례와 맞지 않았다. 대출협은 주식회사 전환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후, 주주 공모를 진행할 때가 돼서야 공고를 냈다. 대출협 관계자는 "협회가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 "결정 내용도 회원사들에만 고지하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관례는 그렇지 않았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이슈를 처리할 때 한국출판인회의나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학회 등 출판단체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일반적으로 거쳤다"면서 "그런데 이번 주식회사 전환을 두곤 대출협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 '깜깜이 의사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00년대 중후반까지 대출협을 비롯해 정부ㆍ민간ㆍ작가 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서울국제도서전조직위원회가 존재했다. 이 위원회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최자였다. "이사회 의결만으로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결정해도 된다"는 대출협 관계자의 주장을 출판단체들이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대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한 후 제기된 출판단체들의 의문에도 공식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 출판단체들이 각종 토론회 등을 개최하면서 대출협의 입장을 듣기 위해 참석을 요구했지만, 대출협이 응하지 않은 건 대표적 사례다.

대출협 관계자는 "사전에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는 출판단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출판단체장들과 사적인 만남을 통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이미 논의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사적 자리에서 얘기를 나눴다는 건데, 이게 공식적인 협의 절차인지는 의문이다.

■ 문제점④ 제한된 주주 모집 과정 =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조용히' 진행해서인지 주주 모집 과정도 석연찮았다. 대출협의 주장대로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이 주식회사의 주주가 되는 게 '별 매력 없는 일'이었다면 주주 모집 공고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어떻게든 많은 이들의 투자를 받아 재정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출협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공고에선 대출협 회원사(813개)만을 대상으로 주주를 모집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공공의 자산'이라 생각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터다. 게다가 최소 투자금을 500만원으로 설정했다. 500만원이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통계를 보자. 지난해 출판사 267곳의 영업이익률 평균치는 13.9%(대출협)였다. 아울러 2014개 출판사 중 2023년 매출이 1억원 미만인 곳은 872곳(43.3%)이나 됐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두 통계를 묶어서 보면 연간 1390만원의 영업이익도 못 내는 출판사가 절반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36.0%에 달하는 금액(500만원)을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출판사는 많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대출협이 '최소 투자금'을 설정해 여윳돈이 있는 회원사들의 투자만을 받았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대출협은 지난 5월 최소 투자금을 10만원으로 낮추고 외부인들의 참여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 진행한 일이어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 대출협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에 반대하면서 사유화 논란을 운운하는 이들의 주주 청약은 배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어떤가. 문체부와 대출협의 갈등으로 시작된 서울국제도서전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출협 측은 지금도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비판을 들을 때면) 억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출협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 불편한 진실'을 기사화하고 있는 더스쿠프 취재팀에 "대출협을 옹호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더 이상 기사화해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 전환은 정말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서 진행된 걸까. 그렇다면 서울국제도서전을 뒷받침해온 출판단체들이 왜 반기를 들고 있는 걸까. 이게 대출협을 옹호한다고 끝날 문제일까. 대출협이 생각해볼 질문들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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