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제 순종의 창덕궁 벽화 6점, 105년 만에 한자리에

인현우 2025. 8. 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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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서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재위 1907~1910)과 순정효황후가 생활하는 창덕궁 내전에 걸 벽화 의뢰를 받았다.

'조선 최후의 궁중 회화' 창덕궁 내전 벽화 6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가 14일부터 서울 종로구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

일제 강점기 망국의 황제였던 순종 부부가 조선왕조의 궁중회화를 잇기 위해 이들에게 벽화를 의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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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 '창덕궁의 근사한 회화'
1920년 재건 창덕궁 내전 벽화 6점
조선왕조 궁중회화 기법에 근대 특징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20주년 맞이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언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20년 서화가 해강 김규진(1868~1933)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재위 1907~1910)과 순정효황후가 생활하는 창덕궁 내전에 걸 벽화 의뢰를 받았다. 당시 일제가 관광지로 개발하던 금강산은 궁중회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소재였지만 김규진은 직접 금강산을 찾아 해금강 총석정과 외금강 만물상의 밑그림을 그렸다. 높이 195㎝, 너비 882㎝의 비단 위에 그린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는 황제 접견실인 창덕궁 희정당 내부 양쪽 벽을 수놓았다.


1920년 재건 당시 조선 벽화 6점

창덕궁 경훈각 내부 동쪽 벽에 '조일선관도'와 서쪽 벽 '삼선관파도'가 각각 걸려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조선 최후의 궁중 회화' 창덕궁 내전 벽화 6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가 14일부터 서울 종로구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벽화들은 100여 년간 내전에 그대로 걸려 있었지만 2014년부터 떼어내 순차적으로 보존 처리했다.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 개관 20년을 기념해 대중에 소개한다.

김규진의 금강산 산수화 두 점과 이당 김은호(1892~1979)의 '백학도'와 정재 오일영(1890~1960)·묵로 이용우(1902~1952)의 합작 '봉황도', 심산 노수현(1899~1978)의 '조일선관도'와 청전 이상범(1897~1972)의 '삼선관파도' 등이다. 이들은 작품에 근사(謹寫·삼가 그려 올린다)라는 표현과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궁중 벽화를 그리면서도 개인을 드러내고자 하는 근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최초 공개된 김은호의 백학도 초본(정본을 완성하기 전 그린 밑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순종 부부의 침전인 대조전에는 '봉황도'와 '백학도'가 마주한다. 태평성대와 부부의 화합을 기리는 뜻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선 김은호가 '백학도'를 구상하며 스케치한 '백학도 초본'도 최초 공개된다. 서재 겸 휴식 공간인 경훈각에는 '조일선관도'와 '삼선관파도'가 내걸렸다. 속세를 벗어난 신선 세계를 묘사해 부부의 장수와 평안을 기원하고자 했다. 두 벽화는 이번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나라 잃은 군주의 비애와 새 희망 교차"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20주년 맞이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謹寫)한 벽화' 언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규진의 '금강산만물초승경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벽화들은 1920년 창덕궁을 재건하면서 당대 화가들에게 의뢰해 제작됐다. 조선시대 전통 궁중회화의 기법을 바탕으로 근대적 특징이 녹아 있다. 벽화들은 벽에 직접 그리지 않고 비단 위에 그린 후 종이로 배접해 이를 벽에 부착했다. 전시 제목처럼 화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넣었고, 작품의 소재와 크기 등에서도 전통 궁중회화에서 벗어나고자 한 흐름이 엿보인다.

김규진을 제외한 오일영·이용우·김은호·노수현·이상범 등은 10대에서 30대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1911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적 미술교육기관인 서화미술회 출신으로, 조선왕조 마지막 화원 화가였던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의 가르침을 받았다. 일제 강점기 망국의 황제였던 순종 부부가 조선왕조의 궁중회화를 잇기 위해 이들에게 벽화를 의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극도로 화려하고 섬세한 필치로 완성된 그림은 마지막 궁중회화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며 "나라를 잃은 군주의 비애와 근대를 향한 새로운 희망이 교차하는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창덕궁의 근사한 벽화' 전시장에 '총석정절경도'를 소재로 한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재생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전시에서 2부 공간은 벽화를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소개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다. 금강산의 절경과 봉황과 백학 등의 생생한 움직임을 담은 영상이 펼쳐진다. 관객 체험형 전시도 마련됐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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