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 '벼랑 끝 대치'…호황 속 전운 감도는 이유
HBM 공급 협상에도 '먹구름'…재계 촉각
관세·투자 압박 겹쳐…노사 충돌 장기화 우려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전운' 한복판으로 치닫고 있다. 상반기 영업이익만 16조원을 넘겼지만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을 두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며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사측은 "상한을 1700%로 높이되 일부 재원은 미래 투자에 남기는 '1700%+α'안"을 고수하고 있다. 사상 첫 전면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HBM 공급 협상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례 없는 호황, 전례 없는 갈등

상반기 실적은 압도적이었다. △1분기 영업이익 7조4405억원(영업이익률 42%) △2분기 9조2129억원(영업이익률 41%)을 기록하며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16조6534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도 40%를 웃돌았다. 이에 지난 7월 전 구성원에게 월 기본급의 150%를 상반기분 '생산성 격려금(PI)'으로 지급했다. 하반기 PI와 연간 초과이익분배금(PS) 역시 최대치가 책정될 것이란 기대가 사내에 퍼져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전액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올해 영업이익이 37조원에 달할 경우 약 3조7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3만2000여명)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약 1억1400만원으로, 지난해 평균 연봉(1억1700만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올 초에는 실제 급여 규모가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직원의 1월 급여 명세서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총 지급액 5689만원, 실수령 4826만원이라는 수치가 확산됐다. 기본급·수당 외 특별성과금 1670만원, PS 3408만원이 포함돼 월급의 90%가 성과급이었다.
반면 사측은 상한선을 1700%로 높이고 초과분은 절반을 재차 PS로 환원하는 '1700%+α'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700%를 지급한 뒤에도 남는 영업이익 10% 재원의 절반은 다시 PS 재원으로 돌려 구성원들에게 추가 지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미래 투자와 불황 대비 재원으로 적립하는 구조다. 사측은 "영업이익 10% 전액을 즉시 지급하기보다 일부는 미래 성장을 위한 안전판으로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 리스크 속 성과급 전쟁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10여차례 교섭을 이어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노조는 지난 6일 청주캠퍼스에서 창사 이래 첫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12일에도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이날 2차 결의대회는 곽노정 사장이 '더(THE) 소통' 행사를 마친 직후 수펙스센터 앞에서 열렸다.
곽 사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국내 전 사업장에 생중계된 행사에서 2011년 사내 광고 문구였던 '오래 가고 좋은 회사'를 언급하며 "구성원들이 꾸준히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장의 발언이 끝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공간 앞에서 노조 집회가 이어지며 갈등의 간극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성과급 전액 지급'을 전면에 내세운 노조는 지난 2023년 7조7000억원 적자 당시 고통을 분담한 만큼 올해 HBM 호황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선 사상 첫 전면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재계 일각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성과를 고르게 나누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손실이 날 땐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며 "관세 리스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 업황 사이클을 고려하면 불황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조만간 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패키징 공장을 추진 중이나 메모리 생산시설은 미국에 없다. 관세 대응을 위해 추가 투자 압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갈등은 HBM 공급 협상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마이크론이 내년 HBM 물량 완판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며 수율 개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내년 공급량 협상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상반기 목표였던 합의가 가격·물량 이견으로 지연되는 가운데 노사 분쟁이 장기화하면 협상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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