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박찬규〉귀촌일기-여름휴가

전남일보 2025. 8. 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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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에코특수가치연구소 이사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추억을 만들 준비로 들뜨기도 한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불볕더위가 심하다 보니 멀리 물가나 계곡을 찾고 싶은 마음이 더하다. 농촌의 여름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2~3도 높아 한낮에는 논·밭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럴 때 직장인들처럼 여름휴가 계획을 세워 휴가를 다녀오면 좋겠는데 그러지를 못한다. 필자도 직장에 다닐 때는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항상 다녀오고는 했다. 바다로 갈 때도 있었고 유원지를 찾아나설 때도 있었다.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 농사일을 돕기도 하였다. 휴가기간 동안에는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잊고 피서지에서 추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귀촌하고 10년이 넘은 지금은 여름휴가를 거의 잊고 산다. 농촌은 농작물이 성장하면 할수록 옆에서 돌봐야 하는 시간이 그만큼 많아진다. 올해처럼 날씨의 변화가 심해 갑자기 물난리가 나고 가뭄이 들기라도 하면 바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에 가까워질수록 모든 농작물이 성숙하는 시기가 된다. 이때 벼농사는 물관리와 병충해의 방제작업 그리고 논둑의 풀 애초작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고추는 발갛게 익는 순서대로 따서 건조기나 햇볕에 말려야 하며, 참깨도 익어가는 순서대로 베어 말려서 털어내는 작업을 게을리할 수 없다. 김장배추를 준비하는 농가에서는 퇴비를 미리 뿌려 밭에서 일정한 기간동안 숙성을 시키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고구마밭은 순만 무성하면 고구마가 알차게 밑들지 않아서 순치기를 일부 해주어야 하고 텃밭에 심은 오이, 방울토마토, 가지 등도 시간을 맞추어 따주어야 한다. 온갖 과일나무에도 여름에 병·해충이 극성을 부려 방제를 게을리할 수 없다. 

이렇듯 농사일은 여름철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농촌에서는 여름휴가를 쉽게 계획하기가 어렵다. 도시의 직장인들이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필자도 따라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 그렇지만 1년 농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여름철이다 보니 쉽게 휴가를 떠날 수 없는 환경이 바로 농촌이다. 

작년에는 초여름까지 매일같이 비가 내리면서 일조량 부족으로 농산물의 피해를 키우더니 올해는 예측할 수 없는 물난리가 나고 더위가 계속 이어져 농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다행히 농촌 마을마다 마을회관과 노인정에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냉방비로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마을 주민들은 한낮에는 시원한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에서 여름휴가를 대신하고 있다. 도시 직장인들의 휴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낮에는 들이나 밭에서 일하는 것을 못하도록 정부에서도 많이 계도하고 있다. 그만큼 햇볕이 강하고 기온이 너무 높아 일사병에 쓰러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은 농촌 마을마다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비닐하우스는 노지보다도 기온이 훨씬 높기 때문에 하우스 안에서 하는 작업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한여름을 하우스 안에서 보내야 하는 농부들의 농사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농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풀과의 싸움에서 여름이 가장 힘들다. 

베어내도 며칠만 있으면 또 자라는 풀 때문에 농부들의 하루하루가 더욱 힘들어진다. 여름철에 마음 놓고 휴가를 갈 수는 없지만 쑥쑥 자라는 농작물을 바라보는 재미는 그 어느 것보다 크다. 다행히 여름이 지나고 농산물을 수확하는 가을을 거치고 나면 직장인들이 결코 맛볼 수 없는 풍성한 결실을 거두어 들이게 되고 그때는 원하는 휴가도 마음껏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비록 여름휴가보다는 못하지만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 행복한 귀촌 생활이 되지 않을까 한다. 모내기를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벼가 배동하여 이삭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풍요로운 농촌의 풍경에서 귀촌이 더욱 보람되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박찬규 에코특수가치연구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