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경주여행 9 경주의 해파랑길


◆양남의 나폴리
경주 양남은 울산과 경계를 이루는 지경에서 시작된다. 철조망에 가려져 있던 물개바위와 같은 절경이 드러나자 대기업들이 몰려와 연수원을 우후죽순격으로 설립하면서 새로운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경의 아름다운 경치와 이어진 관성해수욕장도 전국에서 피서객들이 몰려드는 명소다. 해안 절경은 양남 나폴리 수렴항으로 이어진다. 수렴항구를 에워싸고 있는 바위섬들의 포진은 나폴리라 불릴 만하다. 섬처럼 백여 덩어리의 바위군상들이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듯 뾰죽뾰죽 머리를 내밀고 파도를 맞으며 하얗게 웃어대는 모습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한다.

◆천연기념물 양남 주상절리군

◆문무왕릉과 문무대왕유조비

신라문무대왕유조비에 새긴 '문무왕 유언'은 "나는 국운이 어지럽고 전쟁하는 시대를 당하여 서쪽을 정벌하고 북쪽을 쳐서 능히 강토를 평정하고 ... 중략... 율령과 격식에 불편한 것이 있거든 곧 고치고 원근에 포고하여 이 뜻을 알게 할 것이며 주관하는 이는 이를 시행하라."고 새겼다.

◆감은사와 이견대
신문왕은 아버지 문무왕이 동해가 바라보이는 곳에 왜병을 진압하는 군사적 목적으로 '진국사'를 건설하던 중에 죽자 이를 계승해 공사를 완공하고 '감은사'로 고쳐 불렀다. 감은사는 동해로 흘러드는 대종천변에 지어졌다. 금당터 아래 용혈, 구멍을 뚫어 용이 된 아버지가 금당터로 들어와 쉴 수 있게 했다고 삼국유사 등의 역사서들은 기록하고 있다. 감은사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폐사되었지만 금당터의 돌기둥들이 쌓인 특이한 건축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문무왕의 수중릉이 가깝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정자 이견대가 서 있다. 문무왕이 죽어 용이 되었는데 그 용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내던 곳을 이견대라 부른다. 감은사를 완공한 신문왕이 이견대에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 장군이 내려준 만파식적과 옥대를 얻은 곳이기도 하다.
이견대에 서면 수중의 문무왕릉과 감은사가 보였다.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감은사가 보이지 않지만 옛날에는 감은사와 문무왕릉이 한눈에 연결되었다고 전한다.

◆바다가육지라면
문무왕릉과 5분 거리의 전촌솔밭 나정고운해변은 토함산터널이 뚫리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경주보문관광단지에서 감포 해안까지 30분이면 편안하게 도착할 수 있어 감포를 찾는 발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바다를 끼고 남북으로 연결되는 전촌리 진입로에 이르면 도로 양쪽으로 훌쩍 키가 큰 송림이 우거져 차를 세우고 쉬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오른다. 여름에는 송림 깊숙이 야영하는 텐트들의 울긋불긋한 천연색 지붕을 보게 된다. 차창을 열라치면 고기 굽는 냄새가 상큼한 바다냄새와 어울려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솔밭 그늘 어느 곳에라도 차를 세우고 바다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발가락을 파고드는 고운 모래밭 너머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풍경에 넋을 잃게 된다. 전촌솔밭과 바다 사이에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서 고운 모래밭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바다가 육지라면' 이라는 글을 새긴 큼직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경주 출신 정귀문 작가가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노랫말을 착상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돌비석이다.
'얼마나 멀고먼지 그리운 서울은/ 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갑니다... (중략)... 바다가 육지라면 이별은 없었을 것을' 한이 서린 노랫말이 노래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용굴과 송대말등대
경주 감포는 용굴과 개항 100면을 맞은 감포항, 1970년대 정서가 남아있는 건물들, 송대말등대의 절경이 경주여행객들의 발길을 꾸준히 유혹하고 있다.
송대말. 소나무와 등대가 있는 끝마을이다. 감포항으로 들어오는 입구이자 나가는 출구다. 바다와 육지의 처음이자 끝이 되는 곳이다. 감포와 바다가 깍지를 가장 깊게 끼는 핵심이다. 송대말이 중지가 되어 바다 깊숙이 깍지를 끼고 있는 부분이 송대말이다.

송대말에 들어서면 훤칠하게 키 큰 200년은 넘은 듯한 소나무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위 위에 바람을 안고 서 있다. 절벽 아래 리아스식해안의 섬을 닮은 바위들이 조각작품으로 파도를 뿜어내고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파편들은 수증기로 비산하며 역사처럼 흔적없이 사라진다.
절벽을 붙잡고 찔레꽃이 피어 있다. 간간이 해국들이 조명등처럼 고개를 내밀어 카메라맨들의 시선을 잡는다.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등대는 몸통이 사라지고 부식된 철근이 오래된 시간의 흐름을 전하고 있다. 무인등대도 하얗게 밤을 밝히며 송대말 땅 끝에 서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인들이 감포 전복과 돌미역, 참가자미 등의 싱싱한 수산물을 저장했던 수조가 아직 해수면에 그대로 남아 있다. 송대말 끝부분의 무인등대 앞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 100선으로 선정한 곳으로 누구나 포즈를 잡고 '김치'를 먹게 되는 경주여행의 대명사다.
*이 글은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소개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