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젤리, 스터디 젤리… 입시지옥서 고카페인에 물드는 아이들

김하나 기자 2025. 8. 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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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청소년 고카페인 섭취주의보
청소년, 학업·입시 경쟁으로 인해
커피·에너지 음료 등 카페인에 노출
성장기, 부작용에 취약하고 위험

청소년들이 '고카페인'에 물들고 있다.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커피나 에너지 음료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아이들도 숱하다. 최근엔 카페인 함량이 무척 높은 '열대과일' 가공식품이 '수험생 젤리' '스터디 젤리'란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문제는 고카페인이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중학생 A군 : "학원 수업이 여러개 있는 날은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1개씩 사먹어요. 덥기도 하고 잠도 깰 겸 해서. 친구들도 다 그러고요. 처음엔 맛이 별로였는데, 이제는 안 마시면 뭔가 허전해요."

# 고등학생 B양 : "시험기간에는 하루에 커피 1잔, 에너지 드링크 1캔 이런 식으로 마신 적도 있어요. 두개를 섞어 마실 때도 있고요. 그래야 안 졸리니까요. 그런데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이 안 올 때도 있어요. 그만 마셔야지 싶다가도, 성적 생각하면 또 손이 가요."

# 고등학생 C양 : "카페인이 몸에 안 좋다는 건 아는데, 솔직히 피로 푸는 데는 이게 제일 빨라요. 친구들이랑 새벽까지 공부할 땐 '그냥 다 같이 마시는 분위기'라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게 돼요. 다른 애들도 똑같을 걸요?"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카페인 음료는 100mL당 카페인 15㎎ 이상을 함유한 음료를 말하는데, 커피ㆍ커피음료ㆍ에너지 음료가 대표적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전국 중1~고3 학생 5만46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23.5%가 주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마신다고 답했다. 2015년 3.3%에서 10년 새 20.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2022년 이전엔 에너지 음료 섭취 실태(커피ㆍ커피음료 등 제외)만 조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소년의 고카페인 섭취율 증가세가 가파른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학업이나 시험 준비로 '각성 효과'를 기대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 중엔 졸음을 쫓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카페인 음료를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아이들이 숱하다. 앞서 언급한 고등학생 B양과 C양처럼 말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문제는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청소년이 하루 권장량(150㎎ㆍ60㎏ 기준)보다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면,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두통 등 부작용이 성인보다 훨씬 쉽고 강하게 나타난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가정의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카페인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집중력과 주의력, 피로감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고카페인 음료를 과다 섭취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고, 소화불량이나 위산 분비 증가, 두통, 불안, 신경과민 등의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이런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위험이 크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칼슘 흡수가 방해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아울러 과도한 카페인은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해 성장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18년부터 학교 내 매점ㆍ자판기 등에서 커피를 포함한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2021년엔 편의점 고카페인 음료 진열대에 카페인 섭취 주의문구를 표시하고, 과다 섭취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알리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부터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 현재 1180개 편의점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규제의 범위가 '학교 안'에 국한돼 있어서다. 교문 밖으로 조금만 나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카페인을 섭취하는 주요 경로는 학원가 인근의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편의점 등 학교 밖이다.

예컨대 학원가가 밀집한 목동의 한 골목에는 20여개 가까운 카페가 경쟁하듯 입점해 있다. 대부분 가격은 1000~4000원 선으로,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음료의 카페인 함량이다. 한 저가 커피 브랜드의 대용량 제품(946mL)에는 카페인이 347.1㎎이나 들어 있다. 한 잔만 마셔도 청소년 하루 권장 섭취량 150㎎이 훌쩍 넘어간다.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커피우유 한팩(500mL)에도 240㎎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제품이 적지 않다.

최근엔 '과라나'란 열대과일을 함유한 다양한 카페인 가공식품도 가세했다. 과라나를 넣은 고카페인 젤리ㆍ캔디ㆍ추잉껌 등은 '수험생 젤리' '집중력 강화' '스터디 젤리'란 수식어가 붙은 채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청소년을 위협하는 카페인 섭취 경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소년 스스로 '고카페인 섭취가 위험하다'는 걸 자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재헌 교수는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잠을 쫓고 공부를 많이 하기 위해 카페인 제품을 찾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무조건 놔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소년들이 스스로 카페인의 건강 유해성을 인지하고, 권장량 이하로 섭취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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