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오히려 ‘한국적 美’에 둔감… K컬처 보존할 재단설립 목표”

인지현 기자 2025. 8. 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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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 전도사’ 미국인 마크 테토
10년전 북촌 거주 뒤 관심 가져
중앙박물관 광복 80주년 展 참석
서울시무용단 ‘일무’ 해설까지
한국문화후원·홍보활동에 앞장
관광가이드북에 담긴 문화 말고
외국인에 뭘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국문화 지킴이’로 나선 미국인 마크 테토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신이 브랜드 앰배서더로 있는 서울시무용단 공연 ‘일무’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국립중앙박물관의 광복 80주년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 사전공개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박물관 상설전시관 기증실에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자리한 초대손님 중에는 미국 출신의 금융인인 마크 테토 TCK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포함돼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4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도 그를 만나볼 수 있었다. 서울시무용단 대표 공연 ‘일무’와 관련해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미학과 일무’를 주제로 강연했기 때문. 광복의 달인 8월 국립문화기관들을 분주히 다니며 한국 미학을 알려온 ‘한국문화 전도사’ 테토를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테토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사전공개회 참석을 두고 “그간 박물관을 후원하고 문화유산들을 기증해 온 점이 높이 평가돼 일종의 ‘기증자 대표 격’으로 초대된 것이어서, 참석 자체로 영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는 차세대 리더 모임 ‘젊은친구들’(YFM) 멤버로 10년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YFM에 합류한 후 일본에 유출됐던 고려 시대 불감(佛龕), 16세기 조선 시대 나전(螺鈿)함 등을 해외에서 구입해 기증해왔다. 박물관 내 외규장각 의궤실, 고려청자실, 사유의방 조성 등의 관람환경 개선도 테토와 YFM의 작품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그의 진심은 그간의 행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지난 4월에는 대구간송미술관 ‘화조미감’ 오디오 가이드 제작에도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홍보대사’ ‘외국인 최초 경복궁 명예수문장’ 등의 타이틀도 있다.

테토는 올해 서울시무용단 공연 ‘일무’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돼 이목을 끌었다. 국내 공연계에서 앰배서더를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종묘제례악을 모티브로 한 공연 앰배서더로 미국인인 테토가 낙점된 것이다. 그는 “일무의 앰배서더가 되기 전 정구호 연출가의 다른 공연을 보게 됐는데 한옥에서 제가 아름답다고 느꼈던 여백의 미, 절제의 미, 화려하다기보다 꾸밈없지만 함축적인 미가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무 공연에서도 미니멀한 세트와 조명, 음악에서부터 한국적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무용수의 절제된 손짓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가 함축된 것을 알아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4일 강연을 통해 2시간 동안 일무에 담긴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그는 21일 첫 정식공연 때도 참석할 예정이다.

테토가 한국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에 거주하게 되면서부터다. “얼떨결에 한옥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지만, 살다 보니 기와 한 장 수막새 하나까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는 것. 한옥에 있는 책장과 소반, 항아리 하나까지 한옥의 분위기에 맞게 사들여 구비하면서 나름대로 컬렉션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심 분야가 한국 공예, 회화, 무용, 건축으로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넓어져 다양한 국립기관과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후원과 홍보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기 쉽고, 외부의 새로운 시선으로 봐야만 발견될 수 있는 가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토는 최종적으로는 “한옥 등 한국 문화를 보존·보호할 수 있는 개인 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거주하는 북촌한옥마을이 관광객의 물결로 몸살을 앓으면서 한옥이 훼손되거나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고 조용하게 즐길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옥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서울 인사동, 익선동 등도 기념품을 파는 상점가로 변모하면서 “껍데기만 남고 전통문화의 정신이 사라진 지역들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고도 말했다.

최근 한국 전통문화에 바탕을 둔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K-팝과 K-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관광 가이드북에 쓰인 것 말고 한국문화의 ‘정수’로서 뭘 보여주느냐에 따라 K-컬처 확산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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