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재건축 위기” 강서 “역대급 호재”… 고도제한 새 기준 명암[Who, What, Why]

김성훈 기자 2025. 8. 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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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ICAO, 국제기준 개정
OES 건축물 높이 3단계 차등
김포공항 반경 11~13㎞ 확대
목동 최고 49층 재건축 계획
최대 30층 수준 제한 위기감
지역 97% 고도제한 강서구는
일부지역 더 높은 건물 짓게 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양천구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제한 기준 개정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목동이 고도제한 지역에 새롭게 포함돼 재건축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양천구청 제공

지난 4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지역의 개발 고도제한 확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핵심 재건축 지역 중 하나인 양천구 목동이 몽땅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초고층 재건축 구상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경기도에서도 부천시 등이 고도제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서울 강서구는 오히려 현재보다 규제가 완화되는 지역이 많아,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가 갈리면서 국내 시행 규정 마련을 위한 조율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ICAO 고도제한 기준 어떻게 달라지나 = ICAO는 국제 민간항공 기술·운송·시설 등을 관할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로, 1955년부터 적용해 온 고도제한 관련 국제 기준을 70년 만인 올해 개정했다. 지난 3월 개정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됐고, 이달 4일 발효돼 회원국 의견 조회 절차를 밟고 있다. 이어 세부지침이 연내 또는 내년 상반기쯤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반영해 회원국별로 법규를 정비, 오는 2030년 11월에는 시행해야 한다.

13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ICAO 기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기존 장애물 제한표면(OLS)이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공항 활주로 반경 4㎞ 이내에서는 건축물 높이를 아파트 10∼13층 수준인 지상 45m 미만, 반경 4㎞ 경계선부터 그 이후 1.1㎞까지는 지상 100m 미만으로 일괄 제한했다. 즉 공항 활주로 반경 5.1㎞ 내에서는 항공기 성능이나 비행 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규제가 이뤄졌다. 반면 새 기준에서는 항공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OFS를 제외하고, OES의 경우 반경에 따라 건축물 높이를 45m, 60m, 90m 등 3단계로 차등 규제한다. 공항 여건에 따라 OES를 축소·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양천구 반대 이유와 목동 재건축 위기론= 양천구 등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OLS 기준에 따른 김포공항 인근 높이 규제 대상지 면적은 총 184㎢다. ICAO 개정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OFS에 해당하는 지역은 35.2㎢에 불과하다. ICAO 기준 개정으로 고도제한이 완화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양천구 등 몇몇 지자체는 ICAO 개정 기준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OES 범위에 있다.

문제는 OES가 좁게는 김포공항 반경 11∼13㎞까지 넓어진다는 데 있다. 현행 OLS 기준으로는 반경 5.1㎞ 밖이면 규제 대상이 아닌데, 반경 13㎞로 확대되면 양천구 대부분이 OES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김포공항 OES 총면적은 458㎢로 기존 OLS 규제 대상지의 2.48배에 이른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이 최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ICAO 개정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양천구뿐만 아니라 영등포구, 구로구, 마포구, 동작구, 서대문구 등 일부와 경기 부천시 등도 규제 지역에 포함된다”며 “서울 서남권의 발전을 급격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다.

게다가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1∼9단지와 13, 14단지는 최고 49층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나머지도 10단지 40층, 11단지 41층, 12단지 43층 등으로 정비계획이 잡혀 있다. 제일 낮은 10단지도 계획상 130m 높이다. 그런데 OES에 포함되면 고도제한 강도가 제일 약한 90m 구역에 해당해도 30층 정도밖에 건물을 못 올리게 된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목동 재건축이 당장 무산된다고 보기는 무리란 지적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말 목동 6단지를 찾아 “목동 재건축 단지는 크게 동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조속히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목동 재건축 단지는) 2030년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마치게 된다”며 “개정된 고도제한 기준은 2030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그 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마치면 고도제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수도권 지자체들도 긴장= ICAO의 개정 기준에 따라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반경 11∼13㎞ 내에 있는 경기 지역 지자체로는 김포시, 부천시, 광명시, 고양시 등이 꼽힌다. 이에 경기도와 이들 지역도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특히 부천시는 국내 적용 기준 마련 과정에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천시는 이번 ICAO 국제기준이 기존 OLS에 견줘 실질적인 고도제한 완화 효과가 크지 않고, OES 범위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부천시 전역이 항공기 고도 제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천시는 남동경 부시장을 중심으로 대책반을 구성, 용역과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부천 구간의 고도제한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내 적용 기준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 요청할 방침이다. 이 밖에 김포, 광명, 고양시는 일부가 OES에 포함된다. 인천에선 계양구가 해당한다. 이들 지자체도 향후 국토교통부의 국내 기준이 어떻게 설정될지 주시하고 있다.

◇강서구는 환영… 서울시 조율 주목= 김포공항을 품고 있는 서울 강서구는 1958년 김포공항 개항 이후 지역 전체 면적의 97.3%에 해당하는 40.3㎢가 고도제한에 묶여 지역 발전 및 주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런데 강서구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ICAO 기준이 개정돼야 혜택을 보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활주로 반경 3.35∼4㎞에 해당하는 곳은 OLS 기준에서는 45m 고도제한을 적용받지만, OES로는 60m 구간에 해당해 현재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이에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지난 6월 몇몇 국회의원과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ICAO 본부로 직접 찾아가 살바토레 샤키타노 ICAO 의장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고도제한이 현재보다 확대되지 않도록 건의안을 만들어 국토부에 낼 계획이다. 그러나 지자체 간 견해차로 인해 ICAO 고도제한 기준 개정 관련 공동 대응을 추진 중인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는 양천구·강서구, 경기 부천시·김포시, 인천 계양구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성훈·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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