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인어의 노래 프릭쇼 샤르도네 2019
와인과 춤
무심코 바라본 와인 라벨 속 춤.
전 세계 와인과 그에 얽힌 춤 이야기를 연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다이에 위치한 데이비드 와이너리의 프릭쇼 샤르도네(Freakshow Chardonnay)는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이 와인은 오크 숙성으로 바닐라 향이 그윽하게 퍼지는데, 적당한 산미 덕에 조화롭게 느껴진다. 특히 인위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과일 본연의 풍미가 중심을 잘 잡아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19년 빈티지는 귤과 살구, 파인애플 향이 특징이다.

이 아름다운 인어 곁에는 '바다의 여신(Goddess of the Sea)’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어는 매혹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동시에 위험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선원을 유혹하는 존재 '세이렌(Seiren)’이 등장한다. 인어는 영어로 '머메이드(mermaid)’지만 사이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란 의미도 있어 이 3가지 이미지가 묘하게 연결된다.
세계적인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1805~1875)은 '인어 공주’를 비롯해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2005년 안데르센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로열 덴마크 발레단은 세계적인 현대 발레 안무가인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에게 발레 '인어 공주’의 안무를 의뢰했다. 노이마이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 속 해피 엔딩 대신 원작의 비극적 결말을 택했다. 인어 공주는 사랑하는 이의 결혼식을 지켜만 봐야 했던 한 시인이 흘린 눈물에서 태어났다. 시인의 분신(分身)인 인어 공주는 인간이 되어 사랑을 얻고자 마녀와 거래를 하지만 끝내 왕자를 해치지 못하고 고통 속에 홀로 남는다. 대신 인어 공주와 시인이라는 두 존재는 영원을 얻어 새로운 세계로 함께 나아가며 끝을 맺는다. 국립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 조연재가 인어 공주 역을 맡아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녀는 부드럽고 빠른 팔동작(port de bras)으로 바닷속을 유영하는 인어의 움직임을 우아하게 그려냈다.
노이마이어는 "자신의 일부를 희생하여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만큼의 사랑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상대의 마음 역시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인어 공주’를 통해 사랑의 크기가 같지 않은 아픈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었다. 한편 고통을 삼키고 용기 내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담대한 여정에 밝은 빛을 비추며 사랑과 상실, 성장의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프릭쇼 샤르도네 라벨에 등장하는 인어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와인 한 모금에 담긴 상상과 여운, 어쩌면 푸르른 바닷속에서 당신만의 인어가 천천히 유영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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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찬주 국립발레단
이찬주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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