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어디까지 감수꽈?

윤상희 2025. 8. 13. 08:3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별기고] ④ 개발광풍 휩쓴 제주, 해안·오름·올레길에 쓰레기와 혼돈 불안만 가득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공항 건설은 국가 예산으로 추진되는 국책사업으로,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어떤 입장을 갖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2공항 강행 태세로 일관했던 전임 윤석열 정부와는 다르게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에서는 새로운 갈등 해법이 제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큽니다. 육지에서 고향 제주가 제주다움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길 염원하며 보내온 글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글]

"어디까지 감수꽈?"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제주 4.3을 다룬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68쪽)에서 눈보라 치는 밤에 운전사가 주인공 '경하'에게 소리쳐 묻는다. 제주말로.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제주도에 제2공항을 세우는 일은 정말 "어디까지 감수꽈?"하는 절박한 물음을 던지게 한다.

늘어나는 관광객과 함께 도로와 해안에 쌓이는 온갖 쓰레기들. 차량 증가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지하수 감소, 리조트와 각종 개발이 난무하는 난개발 뉴스들이 넘치는 곳이 천혜의 자연. 신비의 섬 제주도다.

과잉 관광은 이미 유럽 여러 곳에서 그곳의 사람들을 '관광 난민'으로 내몰고 삶의 근거지를 잃고 떠돌게 했다. 그리 멀지 않은 제주의 모습이다.

오버투어리즘은 과도한 관광객으로 환경파괴는 물론 상업화로 인한 정체성 상실과 역사적인 문화유산의 손상을 초래한다. 또 소음과 혼잡, 주거환경 악화, 지역주민 소득 격차 심화로 인한 갈등도 있다. 게다가 관광업 위주로 다른 산업이 위축된다.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2002), 자치도(2006)로 지정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으로 사업, 비즈니스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행정적 기반을 만들었다. 그것이 미래의 제주를 위한 것이라며 제주도민에게 주어질 혜택을 강조했다. 그 후 돈이 되면 진행되는 개발과 프로젝트, 저가 항공이 공급되면서 관광객이 연간 500만 명에서 1,500만 명을 넘었다. 땅값이 널을 뛰었고 제주 곳곳에 카페와 펜션은 물론이고 국내외 기업에서의 대규모 투자와 개발,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휘몰아쳤다. 개발 광풍이 지나간 지금. 제주는 해안선에, 오름에, 올레길에 쓰레기와 혼돈과 불안이 남는다.

실은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관광 난민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의 고향은 제주도. 어릴 적 뛰어다니던 시골 동네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부신, 꽤 알려진 해수욕장이다. 해변에서 보이는 작은 섬은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구렁이를 닮아 더 멋스러운 곳.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더 유명해진 우리 동네. 지금도 작은 마을인데 커피숍이 서른 개를 넘는다. 어릴 적 다녔던 낯익은 길을 걸으면서 새로 올라가는 건물과 간판이 매번 낯설다. 또 바뀌는 가게 이름. 같이 초등학교 다녔던 누구네 집, 어느 삼촌네 집이었는데 지금은 남의 집. 남의 땅. 좋은(?) 시세에 집도 밭도 다 팔고 읍내로, 시내로 이사했다는 소식이 많다. 우리 집도, 친구들이 살던 집도 모두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으로 근처 다른 동네로 하나둘 떠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아름다운 이 마을의 흔들림은 어디까지 갈까? "어디까지 감수꽈?"

그리고 과잉 관광, 넘치는 개발에 이어 제2공항을 제주에 세운다는 어마어마한 계획이 모진 바람이 되어 제주 사람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들쑤시고 있다. 거대관광자본의 투자와 성장을 위해 공항을 새로 짓겠다는 제2공항 조성 계획을 결코 찬성할 수 없다. 구좌읍과 성산읍 일대 여의도 2배에 달하는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는 제2공항 조성 계획을 반대한다. 터무니없는 계획이라는 것은 그동안 진행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에서도, 여러 가지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현저하게 드러났다. 더욱이 최근 무안 공항에서의 무고한 희생 또한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더는 자연을 파괴하며 생기는 재앙, 인재(人災)를 허락할 수 없다. 제주의 자연을 거스르는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한다. 조류보호구역 뿐만 아니라 제주의 허파 곶자왈에, 무수한 숨골에 시멘트를 들이부어서 건설하고자 하는 제2공항을 반대한다. 관광객 수요조사를 들먹이는 국토부의 논리는 쓰레기 넘치는 제주를 만들고자 한다.

제주도는 그 자체로 측량할 수 없는 자원이다. 자연환경에서 세계가 인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정한 생물권보전지역(2002)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증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자연유산(2007)이다. 지구의 신장인 갯벌과 함께 제주는 발 딛는 모든 곳이 자랑스러운 세계적인 자연이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독특하고 놀라운 지질의 다양성을 지닌 곳으로 인정받은 세계지질공원(2010)이다. 제주의 땅만이 아니라 해녀들이 숨들었던 바다에서 들려오는 숨비소리와 배불리 먹고 살게 해달라는 바람(영등굿)이 세계가 지키는 인류무형문화유산(2016)이다. 또 람사르습지(2005)로 정한 5곳. 게다가 조천읍은 람사르 협약이 인증한 습지 도시다. 흑룡만리(黑龍萬里) 제주 밭담은 세계중요농업유산(2023)이다. 제주의 모든 것이 세계가 지키는 유산이다. 최근 제주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2025)에 등재되어 제주도는 유네스코 5관왕에 빛난다.

제주는 물 막은 거대한 감옥이었고, 학살터였다. 해방 이후 전쟁이 아니었지만 무고한 주민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제주는 4.3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가족을 묻은 피눈물 나는 땅이다. 그 땅을 일구고 돌담을 짓고 총알이 박힌 팽나무를 어루만지며 이곳에서 버티고 버티며 살아낸 제주도민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절박하게 지켜낸 생존의 땅을 이제는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가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다.

제주에서 자생하는 식생은 또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소중한지. 제주고사리삼, 탐라란, 한라솜다리, 제주산버들, 죽절초, 석곡, 비자란, 제주좀꿩의다리…. 최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에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기준에 따라 제주지역 야생식물 157종의 보호 대책이 시급하고 이 가운데 24종이 세계적 희귀종으로 조사되었다.
윤상희.

제주의 희귀식물들이 직면한 위협은 기후 위기와 서식지 파괴와 함께 개발과 인간의 활동이 주된 원인이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제주에서 정작 지켜야 하는 것은 지금 가장 온전한 제주의 땅, 바다, 바람, 하늘이다. 그 제주에 숨 붙이고 사는 생명이다. 그 생명이 뿌리내리고 살 수 있게 서식지를 잘 지켜야 한다. 지켜야 하는 제주의 모습은 바로 제주 자연이다.

"어디까지 감수꽈?" 어디까지 멀리 갈 필요 없다. 제주에서 "제주"하면 된다. 제주 자연이 그대로 답이다. 가야 할 목적지. 여기 제주다./ 윤상희(제주를 아끼는 사람들의 모임 '제주바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