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시선으로 감지하는 '불연속연속' 세계…이진주 개인전
![이진주 작 '비좁은 구성' 광목에 수간채색, 월넛나무, 흑경, 330×177x185(h)㎝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3/yonhap/20250813081918291mzia.jpg)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우리 망막에는 시신경이 모이다 보니 광수용 세포가 없어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이를 맹점(盲點)이라 한다.
맹점은 생각보다 커 시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우리의 눈이 보는 세계를 그대로 인식한다면 시야의 일부분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하지만 뇌는 이런 부분을 재구성해 구멍을 인식하지 못하게 해준다. 연속된 세상을 눈은 단절해 보지만, 뇌가 다시 이를 연속한 것으로 이어주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13일부터 시작하는 이진주 개인전 '불연속연속'에서 작가는 캔버스 뒷면에 또 다른 그림을 그리는 방식, 짙은 검은색 바탕에 손 등 신체 일부만 표현하는 방식, 막 등으로 시각을 차단하는 방식을 활용해 연결된 동시에 단절된 서사 구조를 표현한다.
'셰이프트 캔버스' 연작과 '블랙 페인팅' 연작, '입체 회화' 등 총 54점의 다양한 연작을 선보인 전시회에서 대표작은 '슬픔과 돌'이다.
작품은 여섯 개의 흰색 장막이 사선 방향으로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위에 바위와 인물, 식물, 사물들이 복잡하게 뒤엉겨 있다. 캔버스에서 대부분의 여백을 잘라냈지만, 층고가 높은 흰색 벽에 설치하다 보니 오히려 거대한 여백을 볼 수 있다. 작품과 벽이 단절돼 있지만 여백으로 연결된 모습이다.
![이진주 작 '슬픔과 돌' 광목에 수간채색, 386x322㎝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3/yonhap/20250813081918474sgsl.jpg)
지하 1층에 선보인 작품 '비좁은 구성'은 네 폭의 가로로 긴 캔버스를 사각의 링 형태로 이루도록 구성한 '입체 회화'다. 네 개의 모서리에 기둥을 세워 캔버스들이 바닥에서부터 약 1m 높이에 위치하도록 한 뒤, 바닥 면에 검은색 거울을 놓아 캔버스 뒷면의 또 다른 작품들이 바닥에 비치도록 연출했다.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지만 관람객이 정면에서 볼 때 한눈에 담기지 않게 만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의 불안전함을 표현했다.
작가는 "기술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진짜 우리가 보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고 불완전하게 조합해 재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볼 수 없는 이면이 있다는 점, 하나의 시선에서는 왜곡된 방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검은색 바탕의 캔버스 중앙에 손을 묘사한 작품 '대답들'은 손 제스처로 답변을 표현한다. 1줄에 8개 작품씩 배치한 뒤 작품마다 번호를 매겼는데, '대답들 06'과 '대답들 16', '대답들 25'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런 작품도 없이 빈자리뿐이다. 대답하지 않은 대답이다.
작가는 "파편화된 손은 단절되고 이어진 관계들을 의미한다"며 "빈자리를 통해 미처 발화하지 않았지만, 발화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진주는 홍익대 동양화과와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2019년 광주화루 우수상, 2014년 송은 미술 대상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이진주 작 '대답들' 이정배블랙, 광목에 수간채색, 44x34㎝x29점.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3/yonhap/20250813081918858dkb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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