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어떻게 전쟁 도구 됐나 [이지은의 신간: 전쟁과 디자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도시 마리우폴에서의 긴박했던 20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 러시아 혁명의 붉은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Z 마크까지,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해 전쟁에 이용돼 왔다.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살피고,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호와 상징, 색채의 이면을 되짚어 디자인의 선과 악을 제대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디자인 간 숨은 관계
이념과 상징 시각적으로 구현
전쟁 선전에 빼놓을 수 없어
디자인에 담긴 힘과 책임
![이 책은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에 사용된 디자인적 요소를 파헤친다.[사진 |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3/thescoop1/20250813073109983qxqo.jpg)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도시 마리우폴에서의 긴박했던 20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러시아군의 지지 상징인 'Z' 표식을 단 탱크들의 민간 시설 포격 장면을 통해 러시아의 비윤리적 행위를 알리고 있다.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에서는 러시아 선수가 유니폼에 'Z' 표식을 부착한 채 시상대에 올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이끌던 나치당은 민족주의 집단 내에 유행하던 갈고리 십자 모양의 '하켄크로이츠'를 당의 상징기호로 삼고, 유대인을 나타내는 '다윗의 별'을 쇼윈도에 그리거나 완장·와펜으로 강제 착용하게 하는 등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이처럼 디자인은 상징적인 로고와 구호, 군복의 디자인, 선전 포스터, 국기의 색과 문양에 이르기까지, 이념을 전달하거나 전쟁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왔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저술가인 마쓰다 유키마사의 「전쟁과 디자인」은 전쟁과 디자인의 숨은 관계를 파헤친다. 디자인이 어떻게 전쟁의 도구가 됐는지,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시각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이 책은 중세 십자군 원정부터 현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디자인의 관계를 고찰한다. 여러 사례와 방대한 도판 자료를 통해 디자인이 어떻게 이용됐는지 분석하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디자인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 '전쟁과 색'에서는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국기부터 군복, 선전 포스터, 병사 식별까지, 색이 전쟁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분석한다. 공산주의 상징인 '핏빛 붉은색', 나치 독일의 선전에서 활용된 '검은색' 등 다양한 색채의 의미를 알아본다.
2장 '전쟁과 상징'에서는 푸틴 전쟁의 'Z' 마크, 나치의 하켄크로이츠(卍), 십자가의 의미 변천, 유대인 박해의 '다윗의 별' 등 전쟁과 폭력 속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 상징과 변형 과정을 살펴본다.

3장 '전쟁과 말'에서는 적을 악마화하고 군중을 선동하기 위해 사용된 언어를 탐구한다. '특별군사작전', '비국민', '하일, 히틀러!' 같은 구호부터 '모두가 말한다, 찬성이라고' 같은 집단 동원형 문구까지, 전쟁이 만든 언어의 위력을 알아본다.
4장 '전쟁과 디자인'에서는 종교전쟁부터 현대전까지,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고 전쟁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됐는지 다룬다. 요리사 히틀러, 여성 병사 선전, 전쟁 속에서 만들어진 포스터와 슬로건의 시각적 전략을 소개한다.
나치의 상징 하켄크로이츠, 러시아 혁명의 붉은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Z 마크까지, 디자인은 시대를 초월해 전쟁에 이용돼 왔다. 저자는 '디자인에는 죄가 없다'고 전제한 후 "문제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과 사회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용 방식에 따라 어느 쪽이라도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디자인의 힘과 책임을 논의함과 동시에 시각문화와 역사에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전쟁과 선전, 이데올로기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살피고,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호와 상징, 색채의 이면을 되짚어 디자인의 선과 악을 제대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