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100만원도 못 벌지만…논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고령농
고령화 빠르지만 준비는 미흡
국민연금 가입 농민 30% 불과
수령액 턱없이 부족…은퇴 난망
농지연금 등 운용…실효성 지적
제도 어렵고 인지도 낮아 한계


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은퇴는 요원하다. 농촌 고령화율 55.8%, 농민 국민연금 가입률 30.1%, 70대 이상 농가의 절반이 월 100만원도 못 버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숫자가 보여주는 농민의 노후는 ‘은퇴’가 아닌 ‘생존’이다. 오늘도 논과 밭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고령농의 열악한 노후 대비 현실을 들여다본다.
통계청의 ‘2024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24년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55.8%로 전년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 19.2%를 고려하면 농촌의 고령화 속도는 압도적으로 빠르다.
그러나 농촌의 노후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 노후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30∼60대의 노후준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9.9점을 기록했다. 그중 60대, 여성, 1인가구, 농어촌 거주자의 점수가 다른 집단보다 현저히 낮았다.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보고서’에서도 2021년 기준 농어촌의 노후준비율은 69.5%로, 도시에 비해 5%포인트 낮았다.
문제는 노후 소득이다. 국민연금이 고령농의 노후 안전망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농민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0.1%에 그쳤다. 전체 국민 가입률인 73.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주민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62.1%)가 가장 많았고, 농어가의 경우 이 비율이 66.1%에 달해 비농어가보다 5.9%포인트 높았다.
국민연금에 가입해도 한달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받고 있다. 박대식 한국농촌복지연구원장의 ‘농촌노인 대상 사회보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촌노인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35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퇴하지 않고 계속 농사를 지어도 70대 이상 농어가의 47.8%는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32.9%는 100만∼200만원 미만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농민의 은퇴를 돕기 위해 농지연금과 농지이양은퇴직불제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농지연금은 영농경력 5년 이상 고령농이 농지를 담보로 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받는 제도다. 그러나 농지 가치와 근저당 설정 등 까다로운 가입 요건과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이다. 실제 65세 이상 농촌 경영주 중 ‘농지연금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4%에 불과하다. 농지연금 누적 가입자 역시 지난해 8월 기준 약 2만7000명에 그쳤다. 같은 해 65세 이상 농가인구가 111만8000명임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농지이양은퇴직불제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고령농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청년 등에게 이양하고 영농에서 은퇴하면 정부가 최장 10년간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지 매도 시 1㏊당 연간 600만원, 매도 조건부 임대 시 480만원을 지급한다. 2023년부터 지원 단가를 올렸지만 복잡한 제도 설계와 낮은 인지도, 은퇴에 대한 불안감 탓에 참여율은 여전히 낮다.
여기에 소농직불금 등 현행 직불제와의 충돌도 문제로 꼽힌다. 농지이양은퇴직불제가 농민 은퇴를 촉진하고 청년농 진입을 위한 세대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소농직불금은 소규모 농가의 소득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높은 소농직불금 단가다. 이 때문에 고령농이 은퇴를 미루거나 실제 은퇴했던 농민이 직불금 수급을 위해 영농에 복귀하는 사례도 나온다. 농지 쪼개기 같은 부작용까지 발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농민의 은퇴와 농업 세대 전환을 지연시킨다는 진단도 나온다.
엄지범 순천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현 제도는 영세 소농이 재생산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농지가 후계 세대로 원활히 이전되지 않으면서 세대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업인 퇴직연금처럼 농민이 안정적으로 노후 보장을 받으며 은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농업에 진입하고, 우리 농업구조도 튼튼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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