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농촌 노인돌봄 ‘비상’…당번제·공동취사로 해법 모색해야”

이문수 기자 2025. 8. 13.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별인터뷰-이중근 대한노인회장] 제17대 이어 19대 회장 재취임
초고령사회에 부양 부담 ‘눈덩이’
법정 노인 연령 단계적 상향 필요
현행 65→75세로 높여 권익보호
고령층 존중받는 분위기 조성을
농촌마을 출신으로 ‘고향 사랑’
도농격차 해소 위해 기부 실천
의식주 해결하는 핵심산업 ‘농업’
오랫동안 국민건강 ‘파수꾼’ 되길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 회장)이 본지와 특별 인터뷰에서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문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부영그룹이 짓는 아파트의 브랜드명은 ‘사랑으로’다. 그 이름에 담긴 뜻은 ‘나라 사랑’일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기업가지만 우리나라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자주 세간의 주목을 받곤 한다. 지난해 10월 제19대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한 이후 “법정 노인 연령을 높여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주장을 펼친 것이 대표적이다. ‘농민신문’ 창간 61주년을 앞둔 8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이 회장을 만나 노인 권익, 농촌 소멸을 포함한 다양한 현안을 주제로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 전남 순천군(지금의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죽동마을의 농가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농업·농촌을 향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농촌을 떠나 도시에 터를 잡은 지 오래됐지만 유년시절 내 뿌리가 된 고향을 잊지 못한다. 농촌과 지방의 인구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금껏 농촌마을을 지키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서 초·중·고교 동창, 군대 전우와 동기, 형편이 어려운 지인과 다 같이 잘살고 싶어 이들에게 1억원씩 기부하기도 했다.

도농 격차가 심각하지 않나. 도시 사람만 잘살고, 농촌 사람은 상대적으로 빈곤하다면 박탈감이 클 것이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지킨 사람들에게 기부한 것은 일종의 분배 정의를 실천한 것이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 제17대에 이어 제19대 대한노인회장을 다시 맡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한노인회장 자리는 비상근·무보수직으로, 국가의 미래를 그리고, 후손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봉사직이다. 노인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원로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동시에 노인 부양은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이 된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우리 손주 세대까지도 노인 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는 뜻이다.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다. 눈덩이가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땐 크기가 작지만, 평지까지 왔을 때는 감당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거대해진다. 노인문제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서둘러야 힘을 덜 들이고 해결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에서 준 여러 혜택으로 이 자리까지 오르게 된 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해보자는 마음으로 회장직을 맡았다. 앞으로 노인 권익 향상을 포함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 법정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2050년에는 2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명으로 본다면 유소년 1000만명을 제외한 중추인구 2000만명이 나머지 2000만명 노인의 복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헌법 제34·35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노인인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노인 연령을 높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현재 65세인 노인 기준을 75세로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면 1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1200만∼1300만명 정도로 줄어든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수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데 한층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노인이 줄면 우리 사회의 부양 부담이 경감되고, 또 노인은 노인답게 대우받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득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 돌봄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농촌지역은 도시보다 노인문제가 더 심각하다. 일자리나 교육을 이유로 젊은 세대가 농촌을 등지면서 노약자를 돌볼 사람이 없다. 도시에 거주하는 자녀가 함께 살자고 권해도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는 이들이 태반이다.

문제는 홀로 사는 어르신의 식사나 건강을 챙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인1조 형태의 마을회관 당번제를 제안하는 이유다. 마을회관에 공동 취사 공간을 마련해 어르신이 식사할 수 있도록 돕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겐 음식을 배달해주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 안부도 확인할 수 있어 고독사 예방 효과도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할 노인 돌봄 인력을 양성하고자 외국에 간호대학을 설립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렇다. 과거 우리나라 간호사가 서독으로 가 몸이 불편한 독일인을 돌보며 외화를 번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의 파독 간호사처럼 우리나라에서 일할 노인 돌봄 인력을 키워내고자 캄보디아에 이미 간호대학을 설립했고, 라오스에 간호대학 설립 인가를 받을 준비도 마쳤다. 더 많은 돌봄 인력을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재 미얀마대사관에 간호대학 등 돌봄 인력 양성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기후위기, 관세협상, 국제 전쟁 등으로 우리 경제, 특히 농민들 삶이 팍팍하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설업과 농업의 공통점이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요소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내가 아파트를 열심히 짓는 것도 사람이 있는 한 거주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양질의 먹을거리가 있어야 한다. 농민이야말로 국민의 육체와 영혼을 살찌우는 자다.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다. 핵심 산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 돼달라.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