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첨성대 보러 가니? 나는 보아포 보러 간다
4월 재개관 강릉시립 솔올 등
휴가철 맞아 관광 명소 급부상
제주 포도뮤지엄도 새 기획전

휴가철 비수도권 미술관들이 관광 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명 건축가들이 지역 특색을 살려 만든 미술관에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를 마련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간과 전시 내용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관 성지 된 경주

지난달 재개관한 경북 경주시의 우양미술관은 가나 출신 작가 아모아코 보아포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나는 여기에 온 적이 있다(I Have Been Here Before)'를 선보이고 있다. 보아포는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핑거 페인팅'을 활용해 흑인을 다채롭게 묘사한다. 단순한 피부색이 아닌 표정과 근육, 패션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보아포는 인물의 구도, 화려한 색감과 장식 등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신작을 포함해 수십 점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한국 전통 한옥 구조와 자수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지난달 배우 원빈과 이나영 부부, 프로골프 선수 박인비 등이 방문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

10~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 현대미술 거장 백남준의 대표작과 미공개 소장품 12점 등을 소개하는 전시도 함께 열고 있다. 백남준의 '나의 파우스트' 연작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고, 1991년 개관(선재미술관)을 기념해 만든 '고대기마인상'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우양미술관은 APEC 정상회의 관람 코스 중 한 곳이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를 맡아 지난 4월 개관한 경주시 오아르미술관도 인기다. 경주 출신 김문호 관장이 20여 년 동안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 약 600점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일본 현대미술 거장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해피 플라워'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 통창을 통해 외부 고분을 조망할 수 있다. 미술관에 전시된 현대 작품과 신라시대 고분의 조화가 어우러진다.
이곳을 방문한 김현주(45)씨는 "외국에 가면 뉴욕 현대미술관이나 파리 루브르박물관 등 지역 유명 미술관에 가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지역 미술관을 가는 일이 드물다"며 "첨성대나 불국사처럼 전통적인 관광지를 가는 것도 좋지만, 경주 하면 이제 오아르미술관이 떠오를 것 같다"고 했다.
4개월 만에 3만 명 방문한 강릉 솔올미술관

올해 4월 재개관한 강원 강릉시립미술관 솔올도 최근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의 '마이어 파트너스'가 설계를 맡으면서 개관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백색 외관의 미술관은 자연광과 주변 경관을 아우르며 강릉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재개관 후 4개월 동안 3만여 명이 다녀갔다.
최근 강릉에서 휴가를 보낸 김모(39)씨는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미술관이라고 해서 들렀는데, 전시도 재미있었고 예술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미술관은 4월 한국 추상미술 거장 김환기 회고전에 이어 미디어아트 작가 4팀을 초대한 기획전 '생태주의: 이미지의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한라산 중산간에 위치한 포도뮤지엄은 9일 네 번째 기획전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We, Such Fragile Beings)'을 선보이고 있다. 2021년 개관 이후 '혐오' '소수자' '노화'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기획전으로 호평을 받았다. 기획전마다 10만 명 내외의 방문객을 모았다. 이번 전시에는 이완, 김한영, 제니 홀저, 모나 하툼, 사라 제 등 국내외 작가 13명이 참여해 폭력과 갈등을 조명하며 인간의 유한성을 묘사하고 치유와 공감으로 나아가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포도뮤지엄 관계자는 관람객의 주목을 받는 이유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구성하고, '테마공간'을 설치해 현대 미술을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며 관람객의 몰입을 이끌어낸 덕"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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