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BTS도 넘었다… 세계 양대 차트 1위

윤수정 기자 2025. 8. 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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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오피셜 톱100에 이어 美 빌보드 핫100도 석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헌터스 속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 왼쪽부터 멤버 미라(노래 오드리 누나), 루미(이재), 조이(레이 아미). /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이 K팝 장르 최초로 세계 양대 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골든은 11일(이하 현지 시각) 빌보드 메인 싱글(송) 차트 핫100 최신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노래는 앞서 1일 영국 메인 싱글 차트 ‘오피셜 차트’ 정상에도 올랐다. 싸이(오피셜 싱글 차트 1위), BTS(핫100 1위), 블랙핑크(오피셜 앨범 차트 1위) 등 최정상 K팝 가수도 하나밖에 손에 쥐지 못한 기록을 두 손에 모두 거머쥔 것이다. K팝 역대 9번째 빌보드 핫100 1위 곡이자 여성이 불러 정상에 오른 첫 사례. 빌보드는 “전 세계 걸그룹 중에서도 미국 데스티니 차일드 이후 24년 만의 핫100 1위곡”이라 전했다.

‘골든’은 케이팝 데몬헌터스 속 가상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공식 활동곡. 노래를 맡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 가수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 3인은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지난달 초 81위로 핫100 차트에 처음 진입한 이 노래는 이달 초 2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했고, 결국 고지를 밟았다. 영화의 또 다른 OST이자 헌트릭스의 대항마 캐릭터인 ‘사자보이즈’의 활동곡 ‘유어 아이돌’(Your Idol)도 이날 8위에 올랐다.

◇외신들, “가상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 인기 넘는 시대”

외신들은 이 노래가 ‘온라인 활동만으로 가상 아이돌이 기록한 첫 세계 양대 차트 1위’란 점에 주목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K팝의 진짜 거물(biggest name)은 BTS가 아닌 넷플릭스’란 소셜미디어 부제를 붙인 기사에서 “가상 아이돌이 인간 아이돌이 이루지 못한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AI 음원을 비롯해 경계를 허무는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음악 산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는 가상 그룹임에도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을 통해 진정성 있는 팬덤 형성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성규

실제 ‘골든’의 빌보드 점수 집계에서도 온라인 스트리밍 점수(3170만점)가 라디오방송 성적인 에어플레이(840만점)나 판매 실적 점수(7000점)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을 따라 부르는 일명 ‘커버 영상 챌린지’가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 노래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미국 1위 점유율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미국 2위 음원 플랫폼 애플 뮤직, 유튜브 뮤직, 빌보드 스트리밍 차트 1위를 휩쓸었다.

◇“K팝 맞나?” vs. “한국식 문화 확장이 먹혔다”

K팝의 전형적인 곡 구조를 지키면서도, 영미권에 익숙한 팝 특유의 가창력과 영웅물 서사를 더한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골든의 작·편곡에는 특히 한국계와 K팝 전문 작곡진이 다수 참여했다. 90% 이상이 영어 가사지만, 결정적 구간마다 ‘어두워진’ ‘영원히 깨질 수 없는’ 등 한국어를 배치해 K팝 정체성을 살렸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수는 “K팝 뮤직비디오를 통해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온 한국식 옷차림, 한식 문화, 화장법, 길거리 풍경 등이 영화 장면에도 적극 오마주되면서 시너지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반면 ‘3옥타브 라’까지 치솟는 강력한 고음 구간은 아이돌 노래에선 잘 쓰이지 않아 신선함을 더했다”고 했다. 미국 더 뉴요커는 “K팝의 ‘기획된’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글로벌 팝 문법과 뒤섞여 미국 대중에게 친숙함을 줄 수 있었다”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 노래의 ‘K팝’ 분류가 적절한지 이견(異見)이 있다. 영화의 OST 앨범을 발매한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의 자체 분류는 ‘K팝’이지만, 영화 제작은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배급은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맡은 ‘출생의 비밀’ 때문이다.

그럼에도 “골든 열풍이 K팝 시장 인지도를 높이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도헌 평론가는 “종주국은 한국이지만 올림픽 경기 수상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된 태권도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BTS의 첫 빌보드 1위 당시 ‘한국어 K팝이라 신선하다’며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영어로 부른 골든조차 K팝으로 보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내년 3월 예정된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우수 주제가상’ 분야에도 ‘골든’을 출품할 예정이다. 만일 수상하면 K팝 OST 사상 최초의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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