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그 풋볼 스타는 왜 개싸움에 탐닉했나
개에 진심인 것으로 알려진 나라 미국
건국 때부터 있었던 투견판 아직도 근절 안돼
강제 교배, 강제 훈련 등 동물 학대 요소 수두룩
잊을 만하면 이따금 들려오는 소식 중의 하나가 동물보호단체들이 식용견 농장에서 개들을 구출해 미국으로 보내줬다는소식입니다. 이런 서사가 반복되다 보면 ‘미국=견권(犬權) 모범국가’라는 통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얼마 전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서 들려온 수사 결과 소식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사법 당국이 최근 공개한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미식축구 선수의 몰락 스토리를 살펴봅니다. 레션 유진 존슨. 쉰 네 살의 이 남성은 1990년대 그린베이 패커스, 애리조나 카디널스, 뉴욕 자이언츠 팀에서 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입니다. 그런 그가 형사 재판에 넘겨져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혐의가 뭘까요? 두 글자로 압축 요약해보니 ‘개판’입니다. 연방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투견판을 운영하면서 개싸움을 벌일 투견들을 교배·사육시키고 조달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네요. 연방검찰과 FBI는 그가 운영하던 싸움개사육 시설에서 길러지던 190마리를 몰수하는 형식으로 구출했습니다. 싸움개로 길러지던 이 녀석들은 이제 새 주인을 만날 수 있게 됐어요. 190마리는 단일 투견 사건 몰수 규모로는 역대 최대로 알려졌습니다. 개들의 천국을 자임하는 미국에서 벌어진 낯부끄러운 사건인지수사 담당자들의의 말에선 분노가 느껴집니다.

연방검찰총장을 겸하는 팸 본디 법무장관은 “피고인은 무고한 동물을 학대해에 이득을 취한 이 비열한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어요. 캐시 파텔 FBI 국장도 “이 같은 비열한 범죄를 우리 조직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법무부와 연방검찰에서 자연보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애덤 구스타프슨 차관보는 “이번 사법처리는 동물을 괴롭혀 쾌락과 금전적 이득을 보는 이들은 엄중히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했어요. 존슨은 2004년에도 불법 투견 혐의로 주 검찰에 기소된 바 있어 최대 징역 5년과 벌금 25만 달러(약 3억4700만원)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동물 복지, 특히 개에 대한 사랑이 진심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동물 학대의 끝판왕인 듯한 이런 범죄가 일어났으니 매우 드문 사건인 것처럼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두 달 안팎 동안 벌어진 투견 사건만 봐도 이렇습니다. 조지아에서 기소된 열 네 명에게 도합 343개월의 징역살이가 선고됐습니다. 수도권인 워싱턴 DC와 메릴랜드·버지니아, 그리고 뉴저지를 오가며 싸움개를 기르고 투견판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네 명이 유죄 평결을 받았죠. 북동부의 여러 주에 걸쳐서 투견판을 주도해온 조직 ‘DMV’가 적발됐고요. 이 뿐만 아니라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까지 하면 개싸움과 관련한 범죄가 ‘만연했다’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이 정도면 사회문제로 인식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현재 미 전역에서 4만명이 투견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수백만명이 이를 스포츠의 일환으로 즐기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투견은 미국 역사와 맥락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려는 독립의 기운이 무르익던 1750년대부터 마스티프 등 거대한 몸집의 개를 싸움 붙이는 여흥이 벌어졌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미국 사회를 내전의 수렁으로 몰고 간 남북전쟁 시기를 계기로 대중들의 여흥으로 널리 퍼져나가 북동부를 중심으로 성행했습니다. 여기서 역설적인 상황이 등장합니다. 지금은 50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 DC 등 전역에서 투견이 불법행위로 규제받고 있지만, 19세기에는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과 소방관들이 선호하는 오락이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당시 발행되던 경찰계 소식지 ‘폴리스 가제트’에는 스포츠 소식처럼 투견과 관련한 각종 규정과 경기 정보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투견이 범죄 행위로 사법 당국의 처리 대상으로 본격화한 것은 지금부터150여 년 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동안 여러 범죄 중의 하나에서 사회문제로 된 본격적인 계기가 있어요. 이번 사건을 연상시키게도 하는데요. 2007년 NFL이 배출한 대표적인 스타이자 쿼터백 출신인 마이클 빅이 투견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그저 극히 일부 사람들이 저지르는 이색 범죄 이상이라는 걸 알려주는 계기였죠. 풋볼 스타가 탐닉할 정도로 투견이 만연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9년에는 대대적인 투견 시설 체포 작전이 진행돼 20여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됐어요. 싸움개 400여 마리가 몰수되고 26명이 체포됐어요. 투견이 악성 범죄의 하나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악성이라는 것은 범죄 본연의 특징뿐 아니라 박멸이 어렵다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 지역경찰협회(COPS)는 투견에 대한 심층 보고서에서 투견의 범죄적 속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첫째 소년범이 성인범으로 탈바꿈하는 관문 역할을 합니다. 투견계에서 개를 교배하고, 훈련시키고, 뒤처리를 하는 일을 도맡으면서 조직 생활의 바닥을 다져갑니다.바닥 속에서 인간 군상들의상들의 생리를 엿볼 수도 있는 기회죠. 이 때문에 투견은 청소년들을 범죄의 영역으로 이끄는 자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다른 중범죄와 연계되는 성격이 강합니다. 투견 시설을 급습할 때마다 열에 아홉은 마약과 무기 밀매 등 다른 범죄와 연계되는 정황이 파악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형적인 ‘깨진 유리창 범죄’입니다. 범죄학에서 통용되는 깨진 유리창이란 지금 당장은 엄중해보이지 않아도 반복되고 누적되면 나중에 심각한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무질서를 말합니다. 투견 사건의 본질만 들여다보면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범죄인가’라는 통념이 깃들어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안이한 인식이 범죄의 판을 키워주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해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동물에 대한 잔학한 학대라는 점입니다. 물론 사람의 여흥을 위해 싸움개로 길러낸 두 개를 싸움붙이며 사지로 몰아넣는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일각에서 드러나고 있는 실제 사례의 잔혹성이 더욱 심각합니다.

교배대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원하는 혈통을 얻기 위해 암캐와 수캐를 강제 교배시키는 과정에서 차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몹쓸 짓을 자행합니다. 그렇게 교배돼 태어난 새끼 중에 원하는 모습을 가지지 않은 일부 새끼는 물에 빠뜨리거나 몸통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잔혹한 방식으로 ‘처분’합니다. 개들의 ‘몸’을 만든다는 이유로 러닝머신과 비슷한 기계를 만들어 강제로 태워서 움직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점을을 종합하면 현재 횡행하는 투견의 디테일에는 인간의 악마적 본능이 종합적으로 내재돼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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