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유기농자재’ 썼다 헛농사…보상은 하세월
[KBS 대전] [앵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이 정부를 믿고 유기농자재를 썼다 농약 성분이 검출되는 바람에 전량 폐기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전국에서 16농가가 비슷한 피해를 봤는데,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는 1심 판결까지 나왔지만 보상받을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연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나뭇가지마다 수확하지 못한 토종 다래가 매달린 채 썩고 있습니다.
2년 전, 청년 농부 박준규 씨는 애써 키운 다래 4천kg을 모두 폐기 처분했습니다.
열매에서 농약 성분인 '카탑'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수확 직전 사용한 정부 공시 유기농 해충 관리용 물질이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유기농 농자재 관리 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약 성분이 포함된 사실을 공시에 반영하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박준규/다래 재배 농민 : "1년 동안 노력한 결과가 그냥 아무것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게,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거를 보고만 있어야 된다는 게 정말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1년 치 농사를 망치고 손해를 떠안은 박 씨는 결국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피해를 입은 농가가 최소 16곳 이상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소송에 나선 건 박 씨 뿐입니다.
[송미영/농민 측 변호인 :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가 쉽지도 않고, 고령화된 농민들이 증거 수집도 쉽지가 않아서…."]
최근,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카탑은 그해 5월부터 정부가 새로 도입한 검사 기법으로 검출할 수 있게 된 농약 성분인데, 농관원이 이전에 공시된 제품에 대해서도 필요한 행정 조치를 하고, 농업인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게을리해 손해가 유발했다고 판시했습니다.
농관원은 뒤늦게 부적합 유기농자재가 발생하면 농가에 문자를 보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농가에 6천 만 원의 손해배상을 해주는 대신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연경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이연경 기자 (yg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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