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한국판 스와팅’

강희 2025. 8. 12. 19: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년 12월 미국 캔자스주에서 총성이 울렸다. ‘아버지를 죽이고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20대 청년 앤드루 핀치를 범인으로 오인해 방아쇠를 당겼다. 사건은 온라인 게임에서 촉발됐다. 케이시 비너와 셰인 개스킬은 ‘콜 오브 듀티: WWII’ 게임을 하다가 다툼이 벌어졌다. 도발하던 개스킬은 제3자에게 엉뚱한 집주소를 알려줬고,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무책임한 전화 한 통은 공권력을 휘둘러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

스와팅(Swatting·거짓 신고)은 미국 특수기동대(SWAT)에서 따온 말이다. 허위 신고로 공권력을 출동시켜 상대를 괴롭히고 혼란을 유발한다. 최근 ‘한국판 스와팅’ 범죄가 심각하다. 이달 들어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연쇄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새벽 50대 남성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했다. 앞서 지난 5일 서울 한 백화점 본점에, 6일에는 용인의 백화점, 하남 쇼핑몰 등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됐다. 7일엔 부산의 한 수영장, 8일에는 성남의 한 게임회사와 교육기관이 표적이 됐다. 10일에는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 11일 광주 백화점 2곳에 폭발물 설치 협박이 이어졌다.

교육기관 황산테러 협박과 KSPO돔, 백화점 폭발물 테러 협박에서 공통점이 발견됐다. 모두 동일한 팩스 번호로 변호사를 사칭했다. 교육기관 황산테러 협박과 백화점 폭발물 협박 팩스는 ‘가라사와 다카히로’라는 일본 변호사 명의로 보내졌다. KSPO돔 폭발물 협박은 ‘조학석 변호사’라는 이름을 썼다. 일본 변호사 사칭 테러 협박사건은 지난 2023년 8월 시작됐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살해하지 않으면 서울에 시한폭탄을 터뜨리겠다”라는 이메일을 서울시 공무원 등에 보냈다. 이후 협박 대상은 남산타워와 국립중앙박물관, 고척스카이돔, 국회, 여야 중앙당사까지 광범위하다. 일본 변호사 사칭 테러 협박은 2년간 44건에 달한다.

병든 사회가 범죄를 낳는다지만, 범죄도 사회를 병들게 만든다. 스와팅은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사회안전망을 교란시키는 중대 범죄다. 범죄자 신원 공개와 금융 치료 등 강력한 사회적 제재가 필요한 이유다. 익명성과 관대한 처벌은 카피캣(copycat·모방 범죄)으로 이어진다. ‘한국판 스와팅’에 관용은 없어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