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아서 할례로 한달배기 영아 사망···“전통은 폭력의 방패 될 수 없다”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생후 한 달 된 영아가 여성할례를 받다 과다 출혈로 사망하자 할례 근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감비아 웰링가라에서 할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생후 한 달 된 아기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감비아 경찰은 전날 페이스북에 “예비 조사 결과, 해당 아동은 할례를 받았고 이후 심각한 출혈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한 부검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관련자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여성 할례는 어린 여성의 외부 생식기를 절단하거나 제거하는 시술로 종교적 신념과 위생에 대한 오해, 남성을 위한 순결 유지 등을 이유로 아프리카 무슬림 국가들에서 행해진다. 이는 과다 출혈과 쇼크,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영아의 비극적 사망에 시민사회는 할례 근절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지 여성 폭력 반대 단체 ‘윌’은 성명에서 “문화는 변명이 될 수 없고 전통은 방패가 될 수 없다”며 할례가 “순전한 폭력”이라고 밝혔다. 윌의 창립자 파투 발데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영아 대상 할례 시술이 증가하는 추세를 경고하며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 시술을 하면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법망을 피하기 쉽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구의 압둘리 시사이 의원은 “이 아기의 무고한 죽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국가는 모든 아이의 생명과 안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비아 정부는 2015년 여성 할례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를 어길 시 최대 3년의 징역형과 벌금을 부과하고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종신형까지 선고받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실제 법 집행은 미흡하다. BBC에 따르면 2023년 단 2건의 기소와 1건의 유죄 판결만 있었다. 지난해 감비아 의회는 해당 법률 철폐를 시도했으나 국민 여론과 정치권 반발로 부결됐다.
지난해 유엔아동기금 통계에 따르면 감비아는 세계에서 여성 할례 비율이 높은 10개국 중 하나다. 15~49세 사이의 여성 73%가 할례 시술 경험이 있으며 대다수가 6세 이전에 시술을 받는다. 세계보건기구는 “여성 할례는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전통 관습”이라며 “모든 국가가 법적 조치를 강화하고 교육과 사회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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