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교육기관이 밀집한 보스턴은 느림과 여유의 도시

경북도민일보 2025. 8. 1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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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 칼럼-미국 기행문③
첨탑이 우뚝 솟은 하버드대학교 건물이 고풍스러운 벽돌 외관과 함께 웅장하게 서 있다. 사진=김기포 목사  
하버드대 설립자 존 하버드 동상.
수목으로 우거진 하버드대.
하버드대.
■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또 다른 시작

뉴욕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펜스테이션 역에서 기차를 타고 5시간을 이동하여 보스턴으로 향한다. 기차는 우리나라 새마을 열차와 비슷하다. 창밖 풍경은 점점 더 푸르러지고, 도시의 울림이 점점 잔잔해진다. 보스턴으로 갈수록 서서히 해는 넘어가고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다. 보스턴으로 가는 기차는 미국 동부의 정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보스턴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기다리는 곳이다. 미국 건국의 숨결, 청교도의 신앙, 그리고 자유의 정신이 살아있는 동부의 유서 깊은 도시이다. 이 기차 여행은 마치 인생과 같았다. 도시는 지나가고, 풍경은 바뀌며, 사람들은 타고 내린다. 그러나 우리 안에 남는 것은 '함께한 사람과 기억'이었다.

여행의 끝에서 남는 것은 추억이다. 여행은 낯선 곳을 만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 안에 잠든 감정과 기억, 잊고 있던 은총과 감사를 다시 만나는 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세상의 심장에서 하늘을 보고 물결을 지나 사람을 만났다.

낯선 도시를 걷는 것은 마치 미지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과도 같다.

익숙한 질서와 언어, 방식이 통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의존했던 것을 내려놓고 낮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불안은 기존의 자아를 흔들고, 설렘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연다.입국 심사대에서 '달러가 없던 불안', 그러나 아내의 기지로 '카드 한 장으로 문을 연 순간'처럼 낯섦은 위기가 아니라 도전의 기회이며, 우리를 조금 더 유연하게, 지혜롭게,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

"여행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이유는, 낯선 곳에서 진짜 자신을 만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그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본다.

그리고 그곳에 사람과 사랑이 있었다면, 그 여행은 이미 축복이 아닐까?

보스턴역에 도착했을 때 새벽 1시가 되었다. 예약했던 택시 기사가 도착했다. 흑인 기사는 경쾌한 팝송을 틀고 있었다. 필자는 알수 없는 노래 가사를 들으며 큰사위 내외가 사는 작은 아파트에 도착했다. 긴 여정의 피로가 몰려왔다. 잠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 보스턴, 느림의 미학 속을 거닐다

뉴욕이 분주하고 빠름의 도시라면 보스턴은 안단테처럼 느림과 여유가 있는 도시다. 유럽이 아닌 미국 땅에, 이처럼 오래된 고전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도시가 또 있을까. 보스턴. 미국의 시작이었고, 지금도 미국의 '영혼'이라 불리는 도시. 미국의 땅이지만 유럽풍의 도시 보스턴은 작지만 전통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였다.

처음 그 이름을 입에 올릴 때부터 느껴지는 단어의 울림은, 마치 오래된 책장을 넘기는 소리처럼 묵직하고 차분하다.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다른 공간이다.

그저 구경하고 스쳐 지나갈 수 없는 도시, 걸음마다 역사의 낙엽이 바삭바삭 소리를 내고, 눈길마다 오래된 건축의 선들이 품격 있게 펼쳐진다.

보스턴은 역사와 전통이 현재를 이끄는 도시다.

미국 독립전쟁의 시발점, 혁명의 불씨가 타오르던 바로 이곳.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으로 교과서에 기록된 저항의 도시.

하지만 오늘의 보스턴은 격랑보다는 평온이고, 외침보다는 속삭임이다.

대륙의 시초답게 보스턴은 미국 도시 중에서도 가장 '유럽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시내를 관통하는 찰스강(Charles River)은, 역사와 예술과 일상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흐른다.

카누를 젓는 사람들, 걷는 사람, 조깅하는 이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시민들의 모습은 고요하지만 절대 단조롭지 않은 일상을 그려낸다.

■ 학문의 숲에서 예술의 향기를 맡다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와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공대. 지성의 상징이라 불리는 이 두 대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권'이었다. 오랜된 붉은 벽돌 건물, 우거진 큰 나무숲, 잘 다듬어진 푸른 잔디밭은 이곳이 지성을 대변하는 상아탑이라는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보스턴의 지성은 단지 시험 점수와 성과로 대변되지 않는다.

MIT, 하버드, 버클리 음대, 보스턴 칼리지 등 세계적인 교육기관들이 밀집한 이 도시는 '지식'이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며 '축복'이자 '시민의 의무'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지성이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성찰하고, 더 넓게 품는 태도라는 것을 보스턴은 가르쳐준다.

학생들의 눈빛은 치열하지만,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

겸손한 지식은 이 도시에서 인간을 돋보이게 하는 빛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이 졸업식이 열린 날이다, 캠퍼스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장이었고, 각국의 언어가 공존하는 그곳에서, 학문은 경계 없는 자유로움을 노래했다.

녹음이 우거진 길, 잔디 위의 벤치,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은 모두가 예술작품 같았다. 상아탑은 시간과 지성이 결혼해 만든 풍경이었다.

사위가 연구원으로 있는 MIT 캠퍼스를 거닐며, 나는 마치 지식과 창의의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꼈다.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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