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고, 의약학계열 진학률 전국 1위···설립 취지 ‘무색’
정부, 지원금 환수 등 제재 강화 불구
학생들 조기졸업 등 우회 지원 빈번


전국 과학고등학교의 의·약학계열 진학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울산과학고는 오히려 진학 비율이 전국 20개 과학고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영재학교·과학고 의·약학 계열 진학률에 따르면 울산과학고의 의약학계열 합격자 비율은 2021학년도 3명 4.1%, 2022학년도 3명 4.2%, 2023학년도 4명 5.5%, 2024학년도 5명 6.9%, 2025학년도 4명 6.7%로 집계됐다.
2025학년도의 경우 울산과학고는 전국 20개 과학고등학교 중 가장 높은 진학률을 보였다. 지난 5년 동안 전국 20개 과학고등학교의 평균 합격자 비율이 1~2%대를 유지한 것과 비교해도 울산과학고의 진학 비율은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의·약학 쏠림' 현상이 과학고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과학고는 과학·공학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특수목적고로, 학생들은 일반고에 비해 풍부한 실험·연구 기회와 장비,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졸업 후 의학계로 향한다면, 국가의 과학기술 인재 양성 투자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2021년부터 과학고, 영재학교 학생의 의약학계열 진학을 막기 위해 지원금 환수, 추천서 발급제한 등 제재를 강화했지만, 우회 지원과 사교육 의존을 통한 진학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과학고는 의약학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면 대학 진로 진학지도를 실시하지 않거나 대학 지원시 학교 추천서 발급 제한하고 있다. 만약 의약학계열로 진학했을 경우에는 과학고 재학 중 받은 교육비와 장학금을 전액 환수하는 등의 패널티를 도입했다. 이로인해 이공계 특성화 대학 진학생이 늘었다고 울산과학고는 보고있지만 전국 20개 과학고 중 가장 높은 의대 진학 비율만 놓고 보면 이러한 패널티도 비켜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과학고 관계자는 "의약학계열로 진학을 희망할 경우 진학지도를 하지않고 있다"라며 "다만 조기졸업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의대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도 나중에 입학 결과를 보고나서야 의약학계열 진학을 알게된다. 학생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 울산지역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의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과학고 본래 설립 취지 회복에 기여한다고 보기도 하고, 학생 개인의 진로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울산 교육계 한 관계자는 "울산과학고는 이공계 진학을 전제로 한 특수목적고이기 때문에,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학교의 정책과 패널티 규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라며 "최근 의대 쏠림을 억제하는 제도가 강화되면서 학생들의 진학 선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과학고 출신들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하면 안된다고 규정하는 것은 학생 개인의 진로 선택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의과학도 하나의 산업군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중국은 공대 열풍, 한국은 의대 열풍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 분위기에 따라 공대, 의대의 지원 추세도 달라진다. 의대 지원을 막을 것이 아니라 공대에 지원해 대우받는 사회 문화 조성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인재양성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