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예금자보호 1억시대… 잔잔한 ‘머니무브’

김지원 2025. 8. 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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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들 年 20%대 특판에도
부실채권 부담·자금운용 제약 발목
우대 물량 적고 조건도 까다로워
전문가들 “금리 경쟁력 확보 우선”

시중은행 ATM 기기에 현행 금융기관 예금 보호액과 관련한 예금보험공사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예금자보호한도가 24년 만에 상향되며 ‘고금리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금융 시장의 반응은 차분하다. 일부 제2금융권에서 연 20%대 특판까지 내놨지만 부실채권 부담과 자금 운용 제약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12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는 현행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했을 때 예금자가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대 금액으로 지난 2001년 이후 24년간 5천만원 기준이 유지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번 상향이 물가 상승과 금융 환경 변화를 반영해 예금자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도 제한으로 여러 금융회사에 예금을 분산해야 했던 불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금 이동, 이른바 ‘머니무브’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은행당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분산 예치된 자금이 한곳으로 모일 수 있고 이를 유치하기 위해 고금리 예·적금이나 이탈 방어용 상품이 잇따를 것이란 분석이었다.

실제로 제2금융권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관측됐다. 용인의 한 새마을금고는 월 최대 50만원 납입 시 연 5%대 금리를 적용하는 특판 적금을 내놨고, OK저축은행은 30일간 소액을 매일 납입하면 최고 연 20.25%를 제공하는 초단기 적금을 출시했다.

지난달엔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가 3개월 만에 3%대로 회복됐다. 제1금융권의 금리는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의 금리가 오르자 수신 잔액 역시 7개월 만에 감소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계 현장에선 한도 상향에 따른 ‘머니무브’ 기대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저축은행들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채권들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상반기에 공동펀드를 조성해 1조4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했지만 여전히 잔액이 많아 신규 대출이나 공격적 투자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도 상향이 예금 유입을 늘릴 수는 있지만 대출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적극적으로 수신을 확대하지 않는다”며 “신규 대출보다 기존 부실채권 정리에 집중하고 있어 예금 유입을 반길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고금리 특판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시원치 않다. 지점들이 단기간 수신고를 늘리기 위한 한시 판매가 많고 물량도 적기 때문이다. 성남시민 임모(31)씨는 “금리가 높아도 우대 조건이 까다로워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금유치를 위해선 한도 확대보다 금리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도 상향은 금융회사에 예금보험료 부담만 늘려 기업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줄 뿐 가계의 저축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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