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딧] 뮤지컬 같은 콘서트…'악동들'의 자유로운 음악 여정
[엔딩크레딧] 좋은 영화와 공연을 소개하고, 끝난 뒤 떠오르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현장극만의 매력으로 흔히들 '일회성'을 꼽는다. 같은 대사와 출연진이라도 결코 다른 날과 같을 수 없는 장면들. 그 날, 그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있다. 영화, 드라마가 대체할 수 없는 이런 매력에 대해서라면 악뮤 콘서트도 전혀 뒤지지 않을 것 같다.
지난주, 남매 듀오 악뮤(AKMU)가 첫 주 스탠딩 공연 '악동들'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3주간 이어질 특별한 음악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장소는 1천 석 남짓한 소극장 규모의 영등포 명화라이브홀, 무대와 1층 스탠딩 앞자리 관객간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 보였다. 콘서트장보다는 뉴욕의 어느 재즈바를 방불케 했다. 매번 고정관념을 뒤엎는 행보로 사랑받아온 악뮤답게 이번 콘서트도 그 준비 전반에 참여해 이들만의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녹여냈다.
"무엇에 분노했었나 친구여, 처음부터 그럴만한 게 없었지"
10일 무대에서 이찬혁은 예정 시간보다 4분 일찍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첫 곡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새 솔로 앨범의 대표곡 '비비드 라라 러브'. 사랑의 종말을 애도하는 듯한 노래 가사와 달리 장내는 악뮤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달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파노라마'까지 이찬혁의 독무대가 이어진 뒤 발랄한 치마 차림의 이수현이 합류해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풍성한 악기 사운드로 편곡된 히트곡 퍼레이드를 연달아 펼쳐냈다. 기존 파트 구성과 다르게 변주를 준 'BENCH'부터, 공연에서는 첫 라이브인 '가르마' 까지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현장 콘서트만의 매력으로 가득했다. 중간중간 짤막한 토크 속 남매 특유의 투닥거림은 어느 집에서나 볼 법한 장면 같아 웃음을 자아냈다.

제목부터 악뮤만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미발매곡 '햇빛 BLESS YOU' 도 선보였다. 곡을 소개하며 이수현은 햇빛이 강렬한 여름을 정말 싫어한다고, 만날 수만 있다면 싸우고 싶다고 농담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노래에서 그녀의 주근깨를, 소년의 그을린 피부를 사랑한다며 걸어잠근 창문을 열어달라는 목소리는 한여름의 청량한 햇빛을 닮아 있었다.
"재밌는데?" 이찬혁은 공연 동안 무대에서의 쾌감을 참을 수 없다는 듯 간헐적으로 짧은 감탄사를 던졌다. 좀처럼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않는 자가 기꺼이 내뱉는 말에는 의심할 수 없는 진심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그 사실을 알아본 관객들 역시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이수현이 선보인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단독 버전도 남달랐다. 이찬혁이 도맡던 메인 멜로디가 아닌 화음 부분을 완벽히 소화하는 청아한 목소리에 공연장의 열기가 잠시 고요해졌다.

'낙하'와 '다이노소어'에서 관객들의 떼창은 극에 달했다. 앙코르 곡으로는 '전쟁터', 'Give love', '시간을 갖자'를 연이어 불렀다. 사랑의 멸종을 노래하게 된 이찬혁도 사랑이 모자르다고, 사랑을 좀 달라고 애교를 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전국민을 웃음짓게 했던 귀여운 시절을 오랜만에 떠올릴 수 있어 반가웠다.
이찬혁은 공연명을 '악뮤' 대신 '악동들'로 붙인 이유도 설명했다. 10년 넘게 무대를 할수록 깨닫는 건 둘만의 힘으로 완성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 말을 전하는 그는 뒤 밴드 세션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멤버들과 춤추며 곳곳을 누빈 세션부터 스테이지로 올라와 관객들을 지휘하며 떼창을 이끌던 팬까지 모두가 특정 역할에 한정되지 않고 공연을 만들어나간 '악동들'이었다. 하나의 뮤지컬같은 무대에서 모든 것은 이날만 가능한 일종의 해프닝처럼 보였다. 그 즉흥성 속에서 악뮤의 노래는 더욱 생생하고 자유로워졌다.

아티스트와 청중의 경계를 허문 스탠딩 콘서트를 통해 어느 때보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교감을 나눈 악뮤는 "모두가 같이 놀고 노래를 불러준 덕분에 힘을 얻었고, 더 멋진 악동들이 될 수 있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여러분도 이 시간이 행복하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더 정교해진 편곡과 그 사이를 메운 두 남매만의 빛나는 개성과 생명력. 남은 2주간 이어질 '악동들'의 여정이 앞으로 또 어떤 변주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그 행보가 부디 오래도록 종잡을 수 없길 바란다.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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