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출발점 ‘윌로우스 비행학교’ 기릴 공간 꿈꿉니다”

“1920년엔 한국, 1942년엔 미국이 윌로우스에서 항일 전쟁을 준비한 겁니다.”
지난달 22일 한겨레와 만난 류기원(86) 윌로우스항공기념재단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로우스시에 서린 역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윌로우스는 한국 최초 조종사 교육기관인 ‘윌로우스 비행학교’가 있던 곳이다. 이 학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군무총장을 맡았던 노백린 장군(1875∼1926)이 세웠다. 류 회장은 이 학교 건물을 2003년 발견해 세상에 알린 뒤, 이 건물을 중심으로 한미 양국 항공 박물관과 기념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류 회장은 연세대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오리건대학에서 물리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이수했다. 육군 학군장교(ROTC) 1기 출신으로 미국 방산업체 등에서 일한 류 회장은 미국 내 한인 독립운동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오다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발견했고, 2016년 윌로우스항공기념재단을 설립했다.
노백린 장군은 군무총장을 처음 맡은 1919년 이미 공군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1920년 미국으로 건너가 재미 한인사회 대표적 부호였던 김종림의 재정지원을 받아 그해 7월5일 윌로우스에 한인비행사 학교를 세웠다. 이곳에서 박희성, 이용근 같은 젊은 독립운동가가 훈련을 받고 임시정부 최초 비행장교인 참위(현 소위)로 임관했다.
대한민국 공군은 윌로우스 비행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10월1일 71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국군의 뿌리는 독립운동과 애국에 있다”며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1914년 노백린 장군은 공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제공권을 확보하지 않고는 독립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최초의 한인 비행학교인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임시정부 수립 이듬해 설립했다”며 “대한민국 공군의 시작”이라고 했다.
공군도 공식 연혁에서 “대한민국 공군의 태동은 1910∼20년대 일제로부터 잃어버린 주권을 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진행된 ‘독립운동’에서 그 맥을 찾을 수 있다”며 “상해(상하이) 임시정부 안창호 선생의 항공기 구입 시도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한인 비행학교(윌로우스)를 설립한 것이 ‘항공독립운동’을 위한 실제적인 활동”이었다고 설명한다.


하늘에서의 독립운동을 꿈꿨지만,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김종림을 비롯해 미국 내 한인사회가 학교 운영을 위해 애썼으나 1920년 10월 시작한 홍수가 이 지역을 덮치면서 비행 훈련이 어려워졌다. 또한 홍수 피해로 쌀농사를 짓던 김종림의 상황이 어려워졌고, 결국 학교는 재정 문제 등으로 인해 1921년 4월 문을 닫았다.
그러나 독립에 대한 꿈까지 꺾인 건 아니었다. 류 회장은 윌로우스가 1942년 4월18일 도쿄에 공습을 가했던 ‘둘리틀 특공대’의 최종 훈련지였다고 강조했다. 둘리틀 특공대 공습은 미국의 첫 일본 본토 타격으로, 1941년 12월7일 진주만 공습 뒤 주도권을 잡은 듯 보였던 일본이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됐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공습을 이끈 제임스 둘리틀은, 1942년 1월 중령 진급을 했음에도 공습 다음 날인 1942년 4월19일 대령을 건너뛰고 준장으로 진급한다. 둘리틀은 같은 해 11월 소장까지 승진했고, 1944년 3월 중장에 오른다.
노백린 임시정부 초대 군무총장이
1920년 미 윌로우스에 세운 비행학교
2003년 처음 발견하고 세상에 알려
문재인 전 대통령, “공군 뿌리” 언급
8만㎡ 부지 확보해 기념관 건립 추진
비행학교 알릴 뮤지컬도 기획 중
물리학 전공 뒤 방산업체 근무 이력
류 회장은 당시 공습이 한국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줬다고 평가한다. 실제 둘리틀 특공대 공습 당시 도쿄에 있었던 여운형 선생은 이를 보고 일제 패망을 예상한다. 이런 전망을 동료들과 공유하던 여운형은 1942년 12월 귀국선에서 유언비어 살포죄로 체포돼 이듬해 7월까지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여운형은 이 시기 비밀리에 조선건국동맹을 구상했다. 이는 해방 직후 건국준비위원회 발족의 기반이 된다. 류 회장은 “윌로우스에서 꿈꿨던 한국인들의 꿈이 미국에 의해 실행된 것”이라고 했다.
류기원 회장은 이처럼 한·미 양국이 항일 전쟁을 준비한 역사적 장소로서 윌로우스를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류 회장은 2018년 기념관 등을 만들 부지 약 8만1000㎡도 장기 임대 방식으로 확보했다. 류 회장은 한국이 사용한 비행학교와 미군이 사용한 비행장이 서로 다른 시설(약 12㎞ 거리)이기는 하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만큼 공동 기념관 건립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도 2023년 10월 둘리틀 부대가 훈련했던 윌로우스 비행장을 국가 사적지로 지정하는 등 윌로우스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류 회장은 박물관과 기념공원 건립을 위해 지난 6월29일∼7월3일 ‘시민모임 독립’과 함께 중국 내 독립운동 답사 일정 중 하나로 중국 난징 항일항공열사기념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기념관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맞서다 사망한 조종사들을 기리는 곳이다. 중국은 자국뿐 아니라 미국, 소련, 한국에서 온 조종사(전상국·김원영)도 이곳에서 기리고 있다. 전상국은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해 1935년 중국 공군 중위로 임관했고, 김원영은 1944년 중·미 연합 항공부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중국은 2024년 미국인 조종사 영웅 2590명의 이름을 공개하는 등 항일투쟁이 ‘반파시즘 국제연대’였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류 회장은 “윌로우스에도 한미 우애를 기릴 기념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처음 윌로우스 비행학교 건물을 발견한 지 어느덧 22년. 8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그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각계 인사들을 만나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알렸다. 공군으로부터 “윌로우스 비행학교 기념사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로 앞으로도 사업 추진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답변도 받았다. 비행학교를 알릴 뮤지컬 등 각종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류 회장은 “윌로우스는 지금 작은 마을이지만, 언젠가는 한미 양국 우애와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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