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시클라멘
강일규 2025. 8. 12. 18:50
베란다에서 시클라멘을 키우는 것은
겨울 햇살로 꽃의 무늬를 수놓는 일이라 했다
시클라멘은 햇살의 온기로 꽃 하나가 피고 지면 또 다른 꽃대가 올라온다 했다 꽃이 피지 않으면 여름이라 했다
나는 물로 키우고
당신은 입김으로 키우고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요! 라는 핀잔에 가끔은 물을 빼버리기도 했다
들어올 땐 싱그럽고 빠질 땐 뜨끈한 바람이 문틈을 들랑거렸다 그 바람이 꽃을 피운다 했다 그녀처럼
화분에 젖꼭지만 한 붉은 꽃망울이 맺혔다
한겨울에 이토록 화사한 꽃을 피웠으니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향기를 맡으며
고개를 빳빳이 세운 저 시클라멘도
꽃이 필 때는 아플 거라 했다

강일규 시인
2017년 '문예바다' 등단
2022년 전남매일 신춘문예 당선
시집 '그땐 내가 먼저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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