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가축재해보험 있으나 마나…전남 오리 농가의 한숨
절차 복잡·낮은 보상에 가입 포기
폐사율 15%↑보상…실효성 잃어
양계·축산 농가도 비슷한 상황
협회 "보상 확대·절차 간소화 시급"

#. 전남 나주에서 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지난달 폭우 피해 직후 며칠 동안 진흙탕 속에서 죽은 오리를 하나씩 건져냈다. 비가 쏟아진 지 이틀 만에 수천 마리가 폐사했다. 그는 "보험금 신청을 하려면 폐사 가축 상태를 촬영하고, 공무원과 보험사 직원의 현장 확인을 거쳐야 한다"며 "진흙 속에서 썩어가는 사체를 하루 종일 수습하는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남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이 잇따르면서 축산농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피해 보전의 안전망이 돼야 할 가축재해보험이 복잡한 절차와 낮은 보상 기준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12일 전남도와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폭우로 전남 지역 축산농가 18곳에서 가축 23만1천 마리가 폐사했다. 오리 피해가 12만 마리로 절반을 넘었고, 닭 11만1천 마리, 돼지 500마리도 목숨을 잃었다. 피해액만 57억 원에 달한다.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 피해는 333개 농가에서 20만8천670마리, 피해액은 27억3천600만원이다.
정부는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라 가축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는 보험료 400만 원 초과분의 80%(320만 원)를 시·군과 함께 보조한다. 그러나 가입률은 여전히 낮다. 피해 농가들은 절차의 장벽과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 기준이 가입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15년째 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김 씨는 "폭우에 휩쓸린 가축을 건져 세고 촬영하는 일은 중소규모 농가에겐 거의 불가능한 노동"이라고 했다. 함평 양계 농가 박모(62)씨도 "사료·에너지·인건비는 매년 오르는데 보상 단가는 수년째 제자리"라며 "폭염·폭우 피해도 농장관리 미흡으로 분류돼 보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가축재해보험은 폭염·폭우 등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폐사율이 기준치(15%)에 미달하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정전이나 환기장치 고장으로 인한 피해는 '사유재해'로 분류돼 보상 대상에서 빠진다. 농장의 규모·환경·사육 방식, 축종 특성은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한계 속에서 중소농가는 보험료 부담과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접근성이 낮고, 계약사육 농가는 보험 가입 주체가 모호해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심사 지연으로 폐사체 악취와 침출수가 발생해 민원으로 번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양계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생후 1주 미만 병아리 보상에 사료비·인건비 포함 ▲광역 재해 시 심사·지원 절차 간소화 ▲폐기물 처리비용 포함 보상 확대 ▲보장 항목 세분화 및 자기부담 비율 선택제 ▲동일 재해 자기부담금 1회 적용 등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