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광주산단]삼중고에 갇힌 광주지역 산단 중소기업 ‘절체절명’
경기침체·산업구조 한계·내부 취약성
고금리 구조적 문제 등 복합 위기에 발목
경제악화·비제조업 편중·혁신 부족도

광주광역시는 자동차, 광산업,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도시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력난, 자금난, 기술 혁신의 압박이 삼중고로 작용하며 많은 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광주지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상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내수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급속한 디지털 전환 요구와 ESG 경영, 탄소중립 정책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게 됐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일부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 정책을 활용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마트 제조, 그린뉴딜, 디지털 혁신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남도일보는 광주지역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생존조차 위태롭다."
광주지역 중소기업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절박한 호소다. 단순한 경기 불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구조적 위기 요인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부 경제환경의 악화는 물론 광주 고유의 산업구조 한계와 기업 내부의 대응력 부족까지 삼중의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중소기업을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외부 요인은 경기침체와 고금리, 고물가의 장기화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 속 고물가 기조와 고금리 상황은 내수 위축을 넘어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로 유지되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5~7%를 상회하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비 상승과 에너지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영세 중소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갈등 심화, 유럽 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기반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 산업단지의 수출 증가세가 미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광주 자체의 산업구조 불균형도 중소기업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비제조업 중심의 구조가 뚜렷하다. 첨단·빛그린 산단 기준 비제조업 입주 비율은 절반 이상(1천722개사)에 달하며, 이는 제조 기반의 고용·수출 창출력에 제약을 주고 있다.
전통적 주력 산업이던 자동차 부품·기계·섬유 등은 장기 침체에 빠져 있고, 이를 대체할 AI·반도체·친환경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산업의 정착은 더딘 상황이다.
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술 기반 산업 전환이 절실하지만 관련 인재 확보도 어려운 데다, 지원 정책은 단편적"이라며 "산단 내 업종 다양화와 고도화 없이는 회복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도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디지털 전환 지연과 팬데믹 이후 언택트 기술, 스마트 제조, 자동화 시스템 등의 수요가 급증했지만, 중소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수기·반자동 공정에 의존하고 있다. 생산성 저하는 물론 대기업과의 납품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자금조달의 어려움도 문제다. 정책금융 지원은 일부 기업에 국한되거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대부분의 영세기업은 고금리 민간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기업일수록 대출 환경은 더 악화돼 있다.
여기에 경영 전략도 부재다. R&D 투자, 컨설팅, 경영자문 시스템이 부재한 기업이 많고, 가족 중심의 보수적 의사결정 구조가 기술혁신과 조직 쇄신을 가로막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청년인구 유출도 산단 쇠퇴를 가속화시키는 요소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산단 일자리는 청년층에게 외면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숙련 기능 인력은 고령화에 집중됐고 중간 세대는 단절되며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 제조기업들이 신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자금·시장성·인력 확보 등 현실적 제약으로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며 "사업 전환과 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는 산업구조 자체가 낮은 부가가치 업종에 편중돼 있다"며 "단기 부양책보다는 산업 포트폴리오 개편과 내부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하며, 기업 스스로 디지털화·고도화에 나설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