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군인 김오랑’의 명예 찾아 준 국가 손배 판결
12·12 군사반란 당시 반란군 총탄에 맞아 전사한 김오랑 중령(당시 소령) 유족에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건 발생 46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2일 김 중령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 10명에게 총 약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참군인’ 김오랑의 명예를 찾아준 지당한 판결이지만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김 중령은 2023년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모델이다. 정병주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던 1979년 12월13일 0시20분 정 사령관을 불법 체포하기 위해 사령부에 난입한 반란군 측 3공수여단 병력과 교전 중 총탄 6발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사건 직후 반란군은 김 중령이 선제 사격했다고 왜곡하고, ‘직무수행이나 훈련 중에 사망’을 뜻하는 순직으로 기록했다.
김 중령 유족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김 중령의 모친은 화병으로 세상을 뜨고, 김 중령의 부인은 충격으로 시력을 잃은 뒤 1991년 전두환·노태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다 실족사했다. 2022년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신군부 측이 총기를 난사하면서 정 사령관을 체포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김 중령이 피살됐다고 밝혔다. 김 중령 사망 원인도 ‘전사’로 정정했다. 유족들은 지난해 6월 “반란군이 김 중령의 죽음을 단순한 우발적 사고로 조작·왜곡해 허위사실로 김 중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마침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목숨을 걸고 불의에 저항한 김 중령은 ‘제복 입은 시민’의 본보기다. 12·12 당시 국방부 벙커를 지키다 숨진 정선엽 병장도 마찬가지다. 전두환·노태우의 ‘성공한 쿠데타’를 단죄할 수 있었던 것도,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들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원칙대로 조사했다가 정권의 핍박을 받은 박정훈 수사단장, 지난해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위법·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등이 이들의 후예다. ‘김오랑 기념사업회’와 유족의 바람처럼 육군사관학교와 특전사에 그의 동상을 세워 후배 생도와 군인들이 김 중령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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