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80년 특집] 대미인식조사② 트럼프는 싫지만 미국은 ‘특별한 우방’
[해방 80년 특별기획]
80년 전 8월 15일 일제가 패망하고 한반도는 해방됐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에는 일장기 대신 성조기가 올라갔다. 일본군이 나간 자리엔 미군이 들어왔다. 이들과 함께 미 정보처(USIA) 산하 주한미공보원(USIS Korea)도 왔다. 그리고 반세기 동안 한국인에게 미국의 관점을 주입하고, 미국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프로파간다 활동을 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해방80주년을 맞아 미국 프로파간다 기관의 비밀 보고서 만 5천여쪽을 입수해 주요 활동을 공개한다. 또 트럼프 2기 시대의 한미 관계 주요 이슈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도 차례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우리 국민은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 정책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등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미국에 긍정적인 감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가 지난 8월 4일부터 6일까지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미인식 여론조사에서 미국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0%는 ‘매우 긍정적’, 31%는 ‘약간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국민 과반이 미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매우 부정적’(8%)과 ‘약간 부정적’(14%)을 합친 부정적 평가(22%)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응답자 4명 중 1명 가량인 27%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국민 51%가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 주변 5개국 중 최고
미국 호감도를 연령별로 보면 20대 남성이 67%로 가장 높았다. 60세 이상 남성에서도 61%의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반면 40대 여성의 호감도는 34%로 가장 낮았다.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미국 호감도에 차이가 있지만, 한반도 주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선 전반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이번 조사에서 미국과 함께 한반도 주변 4개국(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호감도도 물었다. 앞서 본 대로 미국 호감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사 대상 5개국 중 유일하게 과반이다. 2위는 일본으로 24%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다. 이어서 중국 14%, 북한 9%, 러시아 8%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이 미국을 다른 주변국과 궤를 달리하는 ‘특별한 우방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우리 국민 16%가 트럼프에 긍정적, 바이든에 비해 크게 낮아
우리 국민은 ‘미국’이라는 국가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호감도는 매우 낮게 매겼다. 제2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16%(‘약간 긍정적’ 10%, ‘매우 긍정적’ 6%)에 그쳤다. 이는 1기 트럼프 때보다 더 낮은 수치다.
특히 직전 대통령인 조 바이든에 대한 긍정 인식 52%(‘약간 긍정적’ 35%, ‘매우 긍정적’ 17%)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바이든 전 대통령과 ‘미국’이라는 국가 호감도(51%)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를 향한 한국 국민의 부정적 의견은 사실상 트럼프 개인에게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파리기후협약·세계보건기구 탈퇴, 국민 75% ‘미국 이미지 나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 재탈퇴와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하는 등 기존 국제 규범을 벗어난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미국의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벗어나 양자 외교 중심으로 미국의 이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미국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뉴스타파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조사한 5개 정책 모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국제기구 탈퇴 또는 탈퇴 선언’ 항목에서 응답자의 75%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 중 42%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해, ‘약간 부정적’(33%)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폐쇄’(71%), ‘자국 중심의 무역 정책’(70%), ‘전통적 동맹 약화’(70%) 등 다른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70% 이상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민 규제 및 국경 강화 조치’에도 부정적 평가가 64%였다. 일방주의와 고립주의로 평가되는 트럼프의 외교 노선에 한국 내 비판 여론이 매우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 53%, 국제 질서 안정 위해 미국 영향력 축소 필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인이 갖는 불안감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질서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미국의 영향력이 커져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3%는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미국의 영향력이 커져야 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고, ‘모르겠다’는 13%였다.

그러나, 바람직한 한미관계는 ‘한미동맹 강화’
트럼프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국민 다수는 여전히 미국을 최고의 우방국으로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54%는 ‘한미동맹 강화를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중도’라는 응답은 31%, ‘미국의 간섭이 없는 독자적인 외교정책 추진’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5%였다.

이번 대미인식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집방법은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추출 방법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조사는 한국사람연구원과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8월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했다.
뉴스타파는 이번 대미인식조사 결과와 미국 프로파간다 기관인 미 정보처(USIA)와 주한미공보원(USIS Korea)의 기밀문서 분석 내용을 담은 해방80년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오는 8월 14일 방송할 예정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McX4drFali0)
뉴스타파 김강민 kangminq@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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