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깊어지는 맛, 함께할수록 배가되는 풍미
김영조 '김영조 피부과' 원장
▲'김영조 피부과' 원장
▲피부과 전문의/의학박사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 역임
▲피부과 전문의 시험 출제위원 역임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는 와인은 풍부한 향과 맛, 그리고 깊은 역사와 문화를 지닌 특별한 술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과거에는 유럽의 귀족이나 상류층만이 즐기던 고급 술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료가 됐다. 피부과 전문의이지만 와인의 매력에 빠져 10년째 깊이 있는 애정을 이어가고 있는 '김영조 피부과' 김영조 원장이 들려주는 흥미롭고 다채로운 와인 이야기를 연재한다.
"세상살이가 그렇듯, 와인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 '우리'가 되어 함께 마시는 것이 훨씬 맛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와인을 대상화한다면 '아는 만큼 맛있다'로 대체할 수 있다. 대중화되고 있지만 와인은 여전히 고급스럽고 격조 높은 자리에서 마시는 술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러 예의를 차리고 마시게 되는 자리에서는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적잖이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필자도 그랬다. 우연한 기회에 공연을 보기 위해 들린 어느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만났다. 와인만 파는 레스토랑이었다.
와인에 대해 무지한 탓에 그냥, 가장 싸고 가장 작은 병의 와인을 주문했다. 나와 와인의 첫 만남은 의례적이어서 서로 무관심했다.
처음부터 마시려고 주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잔에 손 한번 대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었다. 그날의 공연은 2시간짜리였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야 잔이 눈에 들어왔다.
와인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그래서 더 산뜻하고 향긋한 과일 주스 같은 세상으로 혀끝에서 열렸다.
그날 이후 틈만 나면 관련된 책이나 인터넷 유튜브를 검색하며 와인의 매혹에 빠져들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와인이 있고 그 향이나 맛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동양(서양)인을 처음 본 서양(동양)이 '동양(서양) 사람은 모두 비슷해서 구분하기 힘들다'라고 느끼는 오류에서 깨어난 듯했다.
그때는 필자가 오늘까지 이어지는 10년 세월의 '와인 사랑'에 빠질 줄 몰랐다.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떫기도 한 그녀(와인)의 얘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와인을 마시는 방법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 시각과 후각과 미각이 모두 동원된다. 그러면 눈으로는 무엇을 보고, 코로는 어떻게 향기를 구분하며, 혀로는 어떤 풍미를 느끼는가.
먼저 와인 색깔의 짙고 옅음에 따라 포도의 종류나 빈티지를 알아본 뒤 와인의 향을 통해 오크 숙성의 정도를 가늠한다. 이때 원료(포도) 자체가 갖는 '아로마'라는 향기와 와인잔을 빙빙 돌리면서(스월링) 맡은 '부케'라는 2차 향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조금은 어려운, 맛을 구분하는 것만 남았다. 맛은 대체적으로 바디감, 타닌, 산미, 감미, 발란스, 피니쉬로 나뉜다. 얼마나 떫은지, 얼마나 새콤한지, 얼마나 달달한지, 또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조화로운지, 그리고 삼켰을 때 느끼는 여운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의 풍미를 느끼는 단계다.
하지만 맛있는 와인을 마시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와인을 까자마자 바로 마시기보다는 아이스 버킷을 이용하여 와인의 온도를 맞춰주며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삼페인은 섭씨 5도 전후, 화이트와인은 10도 전후, 그리고 레드와인의 경우에는 18도 정도의 실온에서 비로소 자신이 가진 내면 깊숙한 맛을 선사한다.
그러나 와인의 최고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또 다른 하나의 조건이 있다. 세상살이가 그렇듯, 와인은 혼자 마시는 것보다 '우리'가 되어 함께 마시는 것이 훨씬 맛있다.
'우리'는 반드시 친구나 연인일 필요는 없다. 만나서 대화가 통할 수 있으면 그게 모두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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