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협의없이 정책 밀어붙여···금융시스템 원칙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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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24만 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 사면을 하면서 "빚을 다 갚았으면 칭찬을 해야 하는데 연체 경험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전과자 취급과 다를 바 없다"고 금융권을 비판한 것을 두고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은 계약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는 것"이라며 "지금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이런 부분에 예외를 많이 두고 있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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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빚 탕감에 금리인하까지
약자 지원 명분으로 예외 많아져
신용도 안따지면 자금배분 왜곡
계약 어기면 페널티가 시장 원칙
전문가 “산업적으로 접근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324만 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 사면을 하면서 “빚을 다 갚았으면 칭찬을 해야 하는데 연체 경험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전과자 취급과 다를 바 없다”고 금융권을 비판한 것을 두고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민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금융시장의 기본 원칙을 흔들 수 있는 접근 방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서적 접근이 과도해지다 보니 충분한 사회적 협의 없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과거 연체를 했더라도 빚을 갚으면 칭찬해야 한다는 언급과 관련해 “(개인의) 신용은 살아온 궤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신용이 좋은 사람과 좋지 않은 과거가 있는 사람을 동일시하면 정확한 신용평가가 안 돼 자금 배분의 왜곡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이 아닌 전문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실제 금융계에서는 뒷말이 적지 않다. 기업 간 상거래를 하다가 한쪽에서 대금을 제때 주지 않거나 납품 기한을 못 맞추더라도 나중에 정산만 하면 칭찬을 해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사업주가 직원들 급여를 수시로 떼먹어도 몇 달 뒤에 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얘기도 나온다.
학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은 계약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는 것”이라며 “지금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이런 부분에 예외를 많이 두고 있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도 “지금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빚을 못 갚은 사람들을 밑단에서부터 다 구제해주라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책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금융 시스템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이 이자 장사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도한 폭리를 취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취지 아니었겠느냐”면서도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이자 장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 대한 사회 공헌 출연과 주주 환원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근에 교육세를 올리기로 했는데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업도 하나의 산업이고 발전하고 성장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신용도로 이자를 결정하고 그걸로 금융이 돌아가야 전체 경제가 효율적으로 성장한다”며 “근본적인 가격체계를 정치적으로 흔드는 건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자 장사의 구조적 원인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치적으로 금융사들이 이자 수익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그런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기는 하다”면서도 “왜 그렇게 됐는지를 보자면 사실 수수료를 안 받는 체계여서 그렇다. 한국이 수수료 인하와 서비스 무료화를 하다 보니 이렇게 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한 정책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이런 (서민) 구제책은 급하게 하는 것보다 신중하게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빚을 갚지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렸을 때 늘어나는 편익이 얼마나 되는지 국민적인 설득이 필요한데 이런 설득 과정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교수 역시 “급하다 보니 관치로 귀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흐름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협의를 통해서 가는 것이 좋은데 몰아붙여서 가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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