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로 탄생한 義人 80인, 그리고 명예졸업장

박해현 2025. 8.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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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현(초당대 평생교육대학 교수)
박해현 초당대 평생교육대학 교수

최근 광복 80주년을 맞아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였다. 민족해방은 우리 민족의 처절한 항쟁의 결과였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민족해방은 연합군의 승리로 갑자기 왔다고 주장하였다. 80년 동안 세뇌되었다. 선열의 목숨 건 투쟁의 역사를 찾으려는 노력은 없이 공적을 폄훼하고, '빨갱이'라고 낙인찍기에 급급하였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은 그들이 계획한 서사시였다. 친일 세력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역사를 왜곡한 산물이다.

1894년 2차 동학농민전쟁, 1907년 한말 의병전쟁 중심지로 엄청난 희생을 입었음에도 전남은 3·1운동에서 엄청난 항쟁을 전개하였다. 전남의 학생들이 앞장섰다. 10년 후에 일어난 광주학생운동은 전국으로, 국외로 항쟁의 열기를 확산시켰고, 해방 순간까지 줄기찬 항쟁의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빛나는 항쟁을 이끈 전남 학생들은 퇴학, 구속, 투옥이라는 '훈장'을 받았다. 여수 주재년 열사처럼 고문 후유증으로 해방을 눈앞에 두고 순국한 지사도 있다. 일부는 서훈을 받아 공적을 인정받기도 하였지만, 서훈은커녕 참여한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퇴학당하여 졸업장도 받지 못한 선열들이 적지 않다. 필자는 졸업장을 받지 못한 광주고보 학생을 연이어 찾아 명예졸업장을 받게 한 적도 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8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광복 80주년 되찾은 미래와 함께 여는 미래'라는 주제로, 선열의 항쟁 역사를 재조명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행사의 축인 '빛으로 만나는 義人 80인'은 국내외에서 활동한 전남 출신 독립운동가 80인을 선정해 AI(인공지능)로 인물을 복원, 선열들의 애국심을 선양하는 프로그램이다. 5m 대형 LED 화면에 웅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전남을 빛낸 영웅 80인은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하얼빈에서, 만주에서 김좌진 장군과 함께 무장 독립투쟁하다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황덕환 지사의 삶이 소개된다. 특히 완도 약산학교 박성래·정남균·문승수 3인 교사를 포함해 독립운동하다 구속된 전남 교사 12인도 소개된다. 이들의 빛나는 교육이 있었기에 전남 학생들이 일제의 동화정책을 이겨내고 독립운동의 최전선에 나설 수 있었다.

선정된 80인 가운데 보훈부에 인물사진이 있는 경우는 50여 명에 불과하였다. 나머지 후손을 찾아 사진을 구하는 작업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보훈부, 광복회 전남지부의 도움으로 후손 한분 한분 연결될 때 기뻤다. 서울에 거주하는 박성래 선생의 손녀는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기뻐한다. 사진이 없는 순국 의병장은 손자의 사진으로 복원하였다.

이번 행사의 클라이막스는 '독립운동가 명예졸업장 추서' 행사이다.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전남 학교에서 학생 운동하다 퇴학당한 학생들을 전수조사하여 명예졸업장을 추서하는 일을 추진하자는 김대중 교육감의 뜻에 따라 목포 정명여고 15명, 강진 대구초 9명 등 24명에게 명예졸업장이 추서된다. 이 사업은 본격 추진될 것이다. 정명여학교는 1919년 3·1운동과 1921년 만세운동의 중심학교였고, 강진 대구초등학교는 1930년 1월 전교생이 시위에 참여하였다. 명예졸업장 후손을 찾는 일은 또 다른 힘든 작업이다. 교육청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후손을 찾아 전달하려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명여학교 박음전 지사 외손과 연결되었다. 문태홍 정책국장도 엄청 기뻐한다.

전남교육청이 명예졸업 대상자를 대대적으로 찾아 추서하는 일을 최초로 시도하고 있다. 명예졸업장 추서는 선열의 애국심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전남 학생들에게 전남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다. 전남인의 정체성을 찾는 교육 구현에 앞장선 김대중 교육감의 높은 역사의식,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깊이 감사드린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