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처벌 원치 않는다’는 말···“피해자 설득해 보호해야” [플랫]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 심리적으로 몰려
전문가 “우선될 것은 피해자 안전·생명”
지난해 4월 경남 거제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살해한 20대 남성 A씨는 앞서 여자친구 폭행으로 11차례나 신고당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 받지 않았고 이후 살인을 저질렀다.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장재원도 마찬가지다. 주거침입과 폭행 등으로 4차례 신고를 당했지만,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 장씨는 풀려났고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전 연인의 폭행과 협박을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가 정작 경찰 조사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일은 관계성 범죄 사건에서 드물지 않다. 범죄 피해자의 심리를 연구해온 성현준 박사(충북경찰청 피해자전담경찰관)는 극한 상황에 몰린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한다.
성 박사는 먼저 관계성 범죄의 피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상을 겪는다고 말했다. 극도로 민감해져 끊임없이 주위를 경계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외면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결국 대인관계가 붕괴하고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노가 자신에게 표출될 수도 있다.
교제폭력과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성 박사는 “자신의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대부분 피해자는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을 때 신고하는 경향이 높고, 신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연락·접근하는 가해자들도 많아서 처벌 의사를 밝히는 것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신고해 처벌받게 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복·협박에 대한 두려움도 처벌을 주저하게 만든다. 성 박사가 참여한 ‘범죄피해평가를 활용한 범죄피해자의 재피해요인 분석’ 연구를 보면 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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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검찰이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나 잠정조치가 기각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일 제주에서 경찰이 피해자를 폭행·감금한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 등을 신청했는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교제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모두 기각됐다.
최근 관계성 범죄가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잦자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가해자를 구속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는 피해자의 통제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수사를 계속하는 경찰관에게 피해자가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성 박사는 “관계성 범죄의 현재 상황과 신고 전력·전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충분한 설득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피해자의 안전과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피해자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경찰 등 외부의 도움을 요청해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현진 기자 jjin23@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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