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꿈꿨던 비디오로 연결된 삶… ‘백남준의 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전시 제목인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는 아르튀르 랭보의 시 ‘영원’에서 가져온 것으로, 백남준이 꿈꿨던 ‘비디오로 연결된 삶’을 은유한다.

전시에선 대형 멀티 텔레비전을 통해 비디오가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가능성을 탐구한 백남준의 ‘M200’을 볼 수 있다. ‘M200’은 86대의 CRT 텔레비전을 수직과 수평으로 배열한 매트릭스 형태의 작품으로 1991년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연주 이미지와 피아노, 메트로놈, 악보 등의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 효과로 시각화하고 ‘굿모닝 미스터 오웰’, ‘세계와 손잡고’, ‘머스 바이 머스 바이 백’의 주요 푸티지를 포함한 두 채널의 비디오를 보여준다.

인간, 기계, 자연 간의 경계를 실험하고 이들 간의 상호관계를 탐구하는 구기정 작가는 ‘투명성 렌더링 장치’를 선보인다. 작품은 여러 대의 커스텀 모니터가 설치된 대형 스테인리스 구조물로 내외부가 토양과 살아 있는 식물로 둘러싸여 있다. 작가는 매크로 렌즈로 자연 풍경을 근접 촬영한 뒤 그 이미지를 질감이 살아 있는 유기적 형태로 디지털 가공해 출력하고, 이를 LED 기판 위에 층층이 병치해 하나의 입체적인 시각 장면을 구성했다. 이미지에 내재한 기술적·물질적 구조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고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층위와 그 인식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권혜원 작가는 ‘입체시 3D 기법’을 통해 인간의 시지각 원리와 이를 구현해 온 기술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품 ‘더블 비전’에서 백남준아트센터는 가상의 투명한 미로로 설정되고 퍼포머들은 건물의 안팎을 넘나들며 보이지 않는 경계에 갇혀 탈주하려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작가는 현대인이 스스로의 관점과 인식에 매몰되지 않고, 그 감각적 구조로부터 탈주할 가능성을 되찾기를 제안한다.

강이연 작가는 ‘배니싱’을 통해 여섯 번째 대량 멸종에 대해 다룬다. 작가는 인간이 초래한 생명의 상실을 시각적으로 환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질문한다. 화석처럼 굳어버린 날개, 그 위를 유영하는 해골 형상은 한때 존재했으나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생명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화면에 펼쳐지는 판타지 같은 장면엔 멸종과 소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염인화 작가의 ‘솔라소닉 밴드(Inst.)’는 기후 위기로 아직 공연되지 않은 악기들의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담았다. 보컬을 제외한 악기의 소리만을 포함한 연주곡의 형태를 뜻하는 ‘Inst.(instrumental)’는 인간없이 존재하는 악기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영상 속 악기들은 태양열, 번개, 미세먼지 등 비인간적 기후 요소에 반응하며 인류가 살아가는 기후계를 유영한다. 작품은 이 같은 설정을 통해 공연 이전의 공연으로서 ‘기후 리허설’을 상상하게 한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백남준이 꿈꿨던 기술과 예술,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미래 도시에 대한 상상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용인특례시가 ‘용인특례시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한 업무 협약에 따라 공동으로 추진됐다. 두 기관은 용인시의 스마트 관광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8월, 12월 이원화된 미디어 아트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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