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야 이 XX” 그 말에 알아봤다, 방화범을···봉천동 화염방사 사건의 전말

우혜림 기자 2025. 8. 1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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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감식보고서 입수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한 방화’ 잠정 확인
“평소에도 망치로 벽 두드리는 등 마찰 빚어”
지난 4월21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서 관계자들이 가구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4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의 원인을 ‘층간 소음 갈등으로 인한 방화’로 명시한 보고서가 나왔다. 범인이 불을 지르기 직전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하는 등 범행 동기를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12일 경향신문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봉천동 방화사건 화재 감식보고서를 보면, 용의자인 60대 남성 A씨는 지난 4월21일 화재가 난 아파트 4층에서 불을 지른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A씨는 분신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12분에 오토바이를 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휘발유가 담긴 용기 2통 등을 숨겨둔 뒤 엘리베이터를 탔다. 4층에서 내린 A씨는 방화 장소인 401호와 404호가 있는 복도를 향해 이동했다. 이때 범인은 세차 등을 할 때 사용하는 고압세척건을 갖고 있었다. 현관문 옆 창문을 드라이버 등 도구를 이용해 깨부순 뒤 고압세척건과 캔들라이터 등으로 화염을 방사해 불을 질렀다. 불이 난 401호와 404호는 약 5m 정도 떨어져 있었고 범인은 404호 옆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아파트로 이동하기 전 범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 관악구 인헌동 주택 주변 3곳에 고압세척건으로 불을 지르는 등 방화를 연습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화재 당시 범인이 발견된 장소를 설명한 그래픽.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이번 보고서에선 범행 동기를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으로 볼 만한 정황들이 나왔다. 401호 거주 피해자는 화재 발생 직전 현관 밖 복도 쪽에서 창문이 깨지는 소리를 들었고 이를 확인해보니 범인이 창문을 깨는 동시에 고압세척건으로 화염을 방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향해 “XX년” 등 욕설을 했고, 피해자는 그제서야 그가 과거 아래층에 살았던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조사 결과 A씨는 2024년 11월까지 6개월간 같은 동 301호에 살다가 퇴거당해 인헌동으로 이사했다. 평소에도 층간 소음으로 피해자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켰다고 한다. 401호 피해자 가족은 사건 직후 “(A씨가) 4층에 올라와 망치로 벽을 두드리기도 했다”며 “해코지를 할 것 같아서 ‘이사를 가자’고 제안했는데 20년 넘게 산 집이라 정이 들어서 계속 머물렀다”고 말했다.

A씨가 불을 지른 두 호실은 대부분의 가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소실됐다. 현장 사진을 보면 특히 404호는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현관문 위쪽이 파손돼 문이 열린 상태였다. 현관문 옆 벽면에 방 안에 있었던 음식물 등이 붙어 있는 등 폭발 흔적이 발견됐다. 이 방화로 401호와 404호 거주자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401호 피해자 가족은 “현재 (피해자인) 어머니는 통원 치료 중이지만 화상 부위가 넓어 아직까지 생활하기 어려움이 있다”며 “어머니가 다시 아파트에 들어가 생활 중인데 노후화된 아파트라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감식보고서 등을 참고해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난 4월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 용의자가 엘리베이터에서 4층에서 내려 401호 및 404호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단독]봉천동 방화 피해자 남편 “해코지할까봐 이사 가자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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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봉천동 화재로 잿더미 된 살림살이···피해자 아들 “완강기·스프링클러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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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천동 화재’ 부른 층간소음 갈등, 대책 시급···작년에 고충 상담만 3만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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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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