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산재 강력 대응'이 불편한 보수신문
[비평] 조선일보 "과잉 입법, 산업 위축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처벌 아닌 예방' 강조하지만..."강한 처벌 있어야 예방 비용 쓸 것"
"영국 중대재해처벌법, 한 명 사망사고 있으면 회사 망할 정도 배상"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산업재해(산재) 사망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휴가 복귀 직후인 지난 9일 참모들에게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12일 국무회의에선 고용노동부를 향해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사후 조치를 보고하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선 반복적 산재 사망사고를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건설업 면허 취소, 공공입찰 참가 제한 등의 제재도 거론하며 기업을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이는 '후진국형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나온 발언이다. 지난해 노동자 1271명이 직업 관련 질병으로, 827명이 추락·끼임·깔림 등 사고로 숨졌다. 이 가운데 589명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포스코이앤씨, SPC, 태안화력발전소 등 사업장에서 연달아 산재 사망사고가 벌어졌다.
보수 언론은 이런 이 대통령의 대응에 부정적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다중 규제'라는 경영계 우려를 중심으로 보도하거나,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과도'하며 '정치적 부담감'이 될 것이라 경고하는 식이다.
보수 언론은 공통적으로 이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두고 그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사설에서 “요즘처럼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이 반응하고 대책을 내놓는 것은 과잉 입법, 산업 위축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안보 위기, 경제 성장 등 대통령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받아야 할' 국정 과제가 적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챙겨야 할 과제가 “산재는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10일 “정치적으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경우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산재 대다수가 '후진국형 산재'이고, 상당 부분은 당국과 기업 의지가 있다면 막을 수 있기에 대통령 메시지나 사회적 경고가 중요하다. 복잡한 구조나 기술적 미비가 원인이라기보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떨어짐, 끼임 사고 등이 사망 원인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으나 산재 사망 현실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봐도 그렇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이 사업주를 강하게 처벌해 기업이 예방에 신경쓰도록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경찰·검찰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제대로 기소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법원 판결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사법 체계 문제에 대해서도 '산재 사고를 쉽게 보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도 같은 날 “대통령의 발언과 각 부서 장관들의 대안 마련은 노동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사람 생명 한 명 한 명에 대해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해주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처벌 아닌 예방' 강조하는 보수언론…“강한 처벌 있어야 예방에 비용 쓸 것”
특히 보수 언론의 반발이 큰 사안으로 '건설 면허 취소' 발언을 꼽을 수 있다. 보수 언론은 해당 조치를 비판하기 위해 또 다른 노동자들의 생계를 소환했다. “다짜고짜 면허 취소는 근로자 생계와 협력 업체 줄도산 등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조선일보 사설)는 주장이다. 세계일보도 지난 11일 사설에서 이를 “과도한 조치”라 비판하며 “업체와 협력사에 고용된 직원과 가족의 생계는 물론 주택 공급 차질 등 사회·경제적 피해는 가늠하기 어렵다. 국내 건설업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멈추지 않는 원인은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다단계 하도급 등 복합적”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라 분류되는 한국일보도 지난 9일 사설에서 “수만 명 직간접 고용자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했다.

이러한 언론의 주장을 두고 “기업 측에서 만든 고용불안으로 마치 노동자들을 걱정하는 듯 주장하는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혜진 활동가는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할 때 이주노동자를 투입하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만든 건 건설사들”이라며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고 싼 가격에 노동자를 투입하려 해왔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그것 때문에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도 “노동자들의 생존권으로 협박하는 것”이라며 “영국 중대재해처벌법에선 한 명의 사망사고가 있으면 회사가 망할 정도의 배상을 하게 한다. 결국 사람이 사망하면 업계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은 처벌이 아닌 '예방'과 '지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산재를 줄일 수 있다며 “일벌백계가 아닌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중앙일보 사설)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문화일보도 지난 11일 사설에서 사후 처벌 강화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고 예방이 중요하다며 “건설·조선·제조업은 원·하청 때문에 안전 관리가 어렵고, 영세·중소업체의 안전 불감증, 외국인 근로자 증가에 따른 의사소통 어려움, 고령화도 작용한다. 처벌 강화는 영세·중소기업에 더 큰 피해 준다. 안전 대책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예방은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강조해 온 핵심이다. 기업 차원에서 조금의 주의만 기울이면 되는 예방 조치의 미비로 산재 사망사고가 지속되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활동가는 “예방과 자율을 얘기하려면 적어도 기업들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며 “죽음은 예방을 하면 막을 수 있는 문제인데 지금까지 비용을 들이지 않은 책임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 진정성을 누가 믿나”라고 비판했다.

처벌과 예방은 대립항이 아니다. 김 활동가는 “처벌이 너무 약하니까 기업이 차라리 처벌을 당하고말지 예방에 비용을 쓰지 않는 게 문제였다”며 “처벌을 강하게 해야 예방에 비용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전 대변인도 “형벌은 응징의 효과도 있지만 예방의 효과도 있다. 형벌을 강하게 해야 책임있는 사람들이 예방을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예방 관련 내용이 포함돼있지만, 비용이 들어가니 하지 않고 버티다 법률 컨설팅을 받는 식으로 넘어가버리곤 했다”고 했다.
“정부 의지·현장 노동자 권리 함께여야 산재 사망사고 해결할 수 있어”
대통령 발언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중요 정책 중 하나로 '노동자들이 대응할 제도적 권리' 보장이 꼽힌다. 현장의 위험을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생명안전 관련 교섭을 할 권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전 대변인은 “노동자가 예방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사업장 점검, 감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도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한 곳 중 하나인 발전소의 경우에도 노동자들이 위험에 대해 제대로 얘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이 사고 후 일일이 돌아다니며 얘기할 수도 없고,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한다고 해도 결국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결국 정부의 의지와 현장 노동자들의 권리가 맞아떨어져야 산재 사망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젠 현장에서부터 현실화할 수 있는 권리를 노동자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언론이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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