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흔드는 난간 위의 감시자, 종종 '파파라치' 비난도

장슬기 기자 2025. 8. 1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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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언석·강훈식 사면명단 뒷거래 확인
더팩트, 이춘석 불법 차명거래 의혹 포착
국회서 누드 검색하거나 골프약속 잡기도
파파라치 비난 있었지만 사진기자만의 권력감시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갈무리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이 포함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요청했던 야권 정치인들이 모두 사면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에 대해 적당히 균형을 맞춰 사면해오던 관행, 즉 '정치적 뒷거래'가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의 지난 4일자 사진 보도로 확인된 사례다. 보도 이후 세 전직 의원의 비리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수준이라 사면하기에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데일리 보도 다음날인 지난 5일 남윤호 더팩트 기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던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타인(보좌진) 계좌로 네이버, 카카오페이 등의 주식 거래를 하는 휴대전화 사진을 보도했다. 불법 차명 거래 의혹에 대해 이 의원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당일 밤 민주당에서 탈당(민주당에서는 제명조치)했고, 법사위원장에서도 내려왔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고 이 의원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거센 상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권력자들의 속내와 실체, 사회적·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들이 국회를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기자들의 이러한 권력 감시는 펜기자나 영상기자들이 하기 어려운 형태의 취재다. 의원들의 휴대전화나 수첩 속 메모 내용을 펜기자들이 직접 확인할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세간에는 '일부러 노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사례들을 보면 휴대전화 화면에 은밀한 내용이 담겨있고, 정치인들이 정말 잠깐 확인했는데 그 찰나를 사진기자들이 포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국회의원들이 앉아있는 좌석까지는 '이 거리에서 카메라로 휴대전화(혹은 수첩메모) 속 작은 글씨가 보일까' 싶을 정도로 멀기 때문에 자신이 잠깐 확인한 내용을 포착할 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파파라치 취급 받기도 한 사진기자들

변영욱 동아일보 기자의 지난 2일자 보도를 보면, 변 기자가 기억하는 정치인 메모 사진 중 첫 사례는 2000년 12월1일 당시 장재식 민주당 예결위원장이 같은 당 김경재 의원에게 보낸 메모였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메모였는데 이를 이기원 조선일보 사진기자가 포착했고, 김경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명백한 사생활 침해”, “파파라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장 위원장이 김용갑 의원에게 사과하고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한다.

국회는 아니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자신을 촬영한 사진기자에게 불쾌감을 드러낸 사례가 최근 있었다. 이한별 인권위원이 지난 6월 심의안건에 대해 기본 이해가 돼 있지 않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한겨레가 취재를 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한겨레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이름을 언급하면서 불쾌감을 나타냈는데, 자신이 인권위 회의실에 입장하는 모습을 사진찍어 보도한 것에 대해 “초상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다만 공적인 인물에 대한 사진보도, 권력자에 대한 감시를 '파파라치' 취급하는 부적절한 행태가 이제 거의 사라졌다.

파파라치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사진기자들은 국회 방청석 난간에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1~2초의 순간을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손이 휴대전화로 향하거나 무언가를 보기 위해 안경을 만지기만 해도 셔터를 누르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나중에 확대했을 때 부적절한 메시지나 이미지가 잡히면 특종 보도가 만들어진다.

▲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체리따봉. 사진=JTBC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정부에서 큰 화제가 됐던 텔레그램 메시지는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22년 7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 도중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나눈 대화내용이다. 발신자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내자 윤 대통령이 '체리따봉'을 보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텔레그램의 '체리따봉' 이모티콘이 유행하기도 했다. 친윤계가 '비윤계' 이준석 당시 당대표에 대해 적대감을 보이는 은밀한 대화가 드러나면서 결국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두달 뒤인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당시 비대위원장 휴대전화 화면이 포착됐는데 유상범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가 드러났다. 정 위원장이 “중징계중 해당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하자 유 의원이 “성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비대위원장과 윤리위원이 자신의 징계를 상의했다고 반발했고, 정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이전에 주고받은 문자라고 해명했다. 또한 국민의힘이 이 과정에서 '허위보도'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내 한국사진기자협회 등이 국민의힘 대응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감장서 골프 약속잡고, 누드사진 보는 의원들

국회는 꽤나 공적이고 무게감 있는 공간이지만 국민들 보기에 부적절한 행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022년 10월4일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업무 현황을 보고하던 중에 골프 약속을 잡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날은 국정감사 첫날인데 국감장에서 딴짓을 하다 걸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문자·메신저 내용뿐 아니라 혼자 보던 사진이 공개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권성동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당시 스마트폰으로 비키니 사진을 보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또한 2013년 심재철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국회 본회의 도중 여성의 나체사진을 봐서 비판을 받았다. 심 위원은 '타인이 보내준 사진'이라고 해명했지만 직접 '누드'란 단어를 검색하는 모습도 공개돼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 심재철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국회에서 '누드'를 검색한 장면. 사진=JTBC 보도화면 갈무리

일부러 휴대폰 공개했다는 의혹도

이처럼 명백하게 부적절한 모습을 포착하기도 하지만 사진기자들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이 일부러 흘리는 것 아닌가 의심이 가는 장면도 없을 수 없다. 지난 2016년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가 포착됐는데 “충성충성충성 장관님사랑합니다 충성”, “장관님 정현이가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사랑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보낸 부분이 눈에 띄었다. 해당 문자는 발송한지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박지원 대표를 통해 노출된 것이다. 정치9단 박지원 대표가 일부러 사진기자들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망신 줘서 (이정현 대표를) 대표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술수”라며 “이 대표로선 곤혹스럽고 박 대표로선 폼나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2년 9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현지 당시 보좌관(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이 대표에게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보낸 내용이었다. 통상 당 지도부나 다선 의원들이 국회 2층 방청석과 가장 가까운 본회의장 뒷자리에 앉는데 이 대표 역시 가장 뒷줄에 앉는다. 이 대표가 사진 찍힐 가능성을 몰랐다기 보다는 국회 사진기자들을 통해 이 대표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치인들이 때로 휴대전화를 일부러 노출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기에 역시 보도가치가 충분하다. 여러차례 논란을 일으킨 권성동 의원은 지난 2022년 9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정치인도 사생활이 있는데 망원경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금도 넘은 취재행위”라고 불쾌감을 나타냈지만 공적인 공간인 국회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하거나 심지위 비위 의혹까지 포착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 기자들의 국회의원 휴대전화 촬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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