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화가의 삶은…광복 80주년 ‘화가의 해방일지’ 展

박동미 기자 2025. 8. 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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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최덕휴 양화개인전’ 리플릿.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관장 김달진)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화가의 해방일지’를 오는 18일부터 10월 10일까지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독립운동가이자 화가인 도상봉·오세창·이상정·최덕휴 4인을 조명하는 전시로,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혼을 놓지 않으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저항했던 화가 4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시는 각 작가의 작품보다는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익명의 일기글로 재구성한 점이 독특하다. 관람객들은 ‘어떤 화가의 일기’라는 글을 읽으며 당시 화가들의 고뇌와 의지를 체감하게 된다. 각 일지의 주인공은 전시 마지막에 알 수 있다. 터치스크린 화면에서 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부여한 익명성은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을 숨겨야 했던 화가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개인의 이름보다 광복이라는 대의가 우선되었던 시대정신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창‘근역서화징’. 경성미술구락부 발행, 1928, 22×16cm.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도상봉·오세창·이상정·최덕휴 4인의 화가는 서로 다른 지역 출신으로, 다른 생애를 살았다. 그러나 조선의 독립을 위해 항일운동에 참여하고, 자신만의 화업을 전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세창과 이상정은 1800년대 중후반, 도상봉과 최덕휴는 1900년대 초에 태어났으며, 이 중 오세창과 도상봉은 3·1운동에, 이상정과 최덕휴는 중국에서의 항일투쟁을 펼쳐,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도 흥미롭다.

전시는 우선 1부 ‘화가가 되기까지 : 식민지 미술교육의 현실’에서 한국화단의 역사적 흐름을 조망한다. 당시 미술교육 현실을 조명하며, 소장 아카이브 ‘제1회 제국미술원 미술전람회원색화첩’(1919)부터 ‘이왕가미술관요람’(1941)까지 일제강점기 미술기관 자료를 소개한다. 1918년 우리나라 최초로 결성된 근대적 민간 미술단체인 서화협회의 ‘서화협회회보’ 창간호(1921)와 2호(1922),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미술교과서 ‘정정 보통학교학도용 도화임본3’(1911) 도 전시한다.

최덕휴, 도상봉 등이 참여했던 말레이시아 국립갤러리 ‘한국현대미술초대전’ (1966)리플릿.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제공

2부 ‘근역 땅에 새긴 저항과 예술’에서는 익명의 화가 4인의 일기 텍스트와 유족 인터뷰 영상을 통해 독립운동과 예술활동 이야기들을 조명한다. 박물관 소장품 ‘전서’(1942)와 영상 2점을 통해 해방 이전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3부 ‘붓끝의 행적 : 해방 전후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에서는 이 박물관 소장 아카이브를 통해 화가들의 해방 전후 예술활동과 행적을 좇는다. 또한, 최덕휴 작가의 대형 작품 ‘서울시경’(1984, 경희대학교 소장)을 감상할 수 있으며, 터치스크린 존에서 익명의 화가 4인의 연보와 행적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도상봉(1902-1977)은 함경남도 홍원 출신으로 1919년 3·1운동에 참여해 6개월간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자 서양화가다. 동경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조선총독부 주관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을 거부하며 독립적 예술활동을 펼쳤다. 조선 백자를 소재로 한 정물화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 걸로 유명하다.

오세창(1864-1953)은 서울 출신으로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다. 천도교에 입교한 후 항일언론지 ‘만세보’와 ‘대한민보’ 사장을 역임하며 일진회에 대항했다. 한국 서화가를 집대성한 ‘근역서화징’(1928)을 저술했으며, 1918년 서화협회 창립에 참여해 후진 양성에 힘썼다.

오세창, ‘수홀석존 산기미 일렴화득 월정신’, 1942, 종이에 먹, 131×34cm,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이상정(1896-1947)은 대구 출신 서양화가이자 독립운동가로, 1921년 대구 최초 개인전인 ‘이상정양화개인전람회’를 개최하고 미술연구소 벽동사를 설립해 예술 보급에 힘썼다. 1925년 사회주의 독립운동 단체 용진단을 결성하고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일제 탄압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했다.

최덕휴(1922-1998)는 충남 홍성 출신으로 동경제국미술학교 재학 중 1943년 일본군에 징집됐으나, 중국 전선에서 탈출해 중국군을 거쳐 광복군에 합류하며 항일투쟁을 펼친 독립운동가이자 서양화가이다.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며, 국제미술교육협회 한국위원회장을 역임하며 미술교육 발전에 기여했다. 1980년대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을 담은 ‘서울풍경’ 시리즈로 주목받았다.

김달진 관장은 “관람객들이 익명의 일지를 따라가며 화가-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체험하고,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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