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돈 없다” 날뛰던 체납자, 지자체 ‘가상자산 압류’에 백기 들었다
강남구 조치에 ‘거래소 현장 납부’
“가상자산 압류, 자진납부 효과 컸다”

서울 강남구 주민 A씨는 지난해 재산세 1억2000여 만원을 체납하고 버티다 강남구청 세무관리과의 눈에 포착됐다. 세무관리과는 그에게 충분한 납부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무관리과는 A씨가 갖고 있을지도 모를 가상자산에 주목했다.
강남구는 국내 5대 가상자산관리소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A씨 소유의 가상자산도 파악했다. 체납세금 전액을 납부하고도 남을 규모였다.
강남구는 즉시 A씨의 가상자산을 압류조치하고 A씨에게 통보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A씨는 “압류를 풀어주면 그 즉시 체납액을 납부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몇 차례 납부독려 요청을 거부한 A씨를 믿기는 어려웠다.
강남구는 담당공무원을 A씨와 함께 거래소로 보내 압류해제를 하는 동시에 체납액 1억2000만원을 현장에서 즉시 징수했다.
12일 세무관리과 관계자는 “강남구 주민들 가운데는 가상화폐 등 상당한 규모의 가상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상자산 자체가 실질적으로 압류가능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지난해부터 서울 자치구 최초로 가상자산 압류를 통한 체납세금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2억1000만원의 체납세금을 압류하고, 이 중 1억4000만원을 징수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압류해보니 자진납부효과가 컸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부터 등록면허세 등 19건의 지방세를 체납한 B씨는 그동안 “납부할 돈이 없다”라고 주장해왔지만 가상자산을 파악하니 재산이 있었다. 즉시 압류조치를 하자 B씨 역시 “가상자산까지 압류할 줄은 몰랐다”며 체납액 140만원을 스스로 납부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강남구가 지난해부터 징수한 세금은 2억원에 달한다. 3억4000만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압류한 결과다.
현재는 서울시 차원에서 자치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일괄 조회·압류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강남구는 체납재산 징수방식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체납자가 직접 가상자산을 매도한 뒤 원화로 납부하는 방식을 거치고 있지만, 올해 2분기부터 비영리법인의 법인계좌 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구는 가상자산을 법인 지갑으로 이전해 직접 매각하는 방식을 구축하기로 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장기 체납자라면 가상자산도 예외 없이 압류 조치하고 있다”며 “성실 납세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유형 재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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