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현장] 목 마르다고 바닷물 마실 순 없다… 위기의 울산, 신태용 감독이 내린 첫 처방전은 '숨 고르기'

(베스트 일레븐=울산)
성적 부진으로 흔들리는 팀을 수습하기 위해 새로 자리한 감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임무는 무엇일까?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야 새 감독이 와서 목말랐던 승리를 바로 안겨다주는 그림을 생각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말처럼 승리를 따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감독은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팀이 흔들렸다는 건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 문제가 무엇인지를 살펴야 처방을 내릴 수가 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그 처방을 내릴 수 있게 팀의 현실을 먼저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신태용 울산 HD FC 감독의 처방은 베테랑답게 훌륭했다. 현재 울산이 처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보고 대처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지난 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28분 루빅손의 천금 같은 득점으로 공식전 11경기 만에 팬들의 입에서 "잘 가세요" 노래가 터져 나오게끔 했다. 승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의미를 지닌다. 울산처럼 오래도록 못 이겼던 팀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반가운 건 신 감독의 '처방'인 휴식이었다. 신 감독은 부임 후 김영권과 대화에서 FIFA 클럽 월드컵 이후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는 말을 듣고 선수들의 출전 데이터를 요청해 분석했다. 실제로 선수들이 전국 곳곳은 물론 미국까지 다녀오는 수고로움 속에서 경기를 치르며 녹초가 되어 있었다는 걸 확인한 신 감독은 특히 출전 수가 심각할 정도로 몰려있던 김영권 등 몇몇 선수들에게 휴가를 부여했다.
신 감독의 말처럼 우승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상위권으로 재도약하려면 한 경기라도 아끼고 귀중하게 여겨야 하는데 무슨 휴식이냐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한창 시즌 중인데 그럴 틈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울산에는 한숨 고를 여유가 정말 필요했다.
울산의 피로 누적은 단순히 올해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2시즌이 끝난 직후가 울산이 마지막으로 만끽한 여유였을 것이다. 2023-2024시즌부터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가 추춘제로 바뀌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어림 짐작으로 계산해봐도 울산의 스케쥴은 상당히 과도했다.

2023시즌 개막 후 울산의 행보에는 쉼표가 없었다. 2023시즌을 마치고 3주 정도 짤막한 휴식 후 곧바로 전지훈련에 2023-2023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2024시즌부터 2025시즌 중반까지도 같은 패턴으로 이어졌다.
와중 홍명보 감독에서 김판곤 감독으로 사령탑도 바뀌었고 선수들의 나이도 점점 먹어갔다. 표면적으로 볼 때 울산이 가장 강한 팀처럼 비쳤을지 모르나 이런 체력 부침은 울산이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폭탄으로 작용했다. FIFA 클럽 월드컵을 거치면서 더욱 심각하게 표면화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당장 K리그1 일정을 위해 지쳐 있는 핵심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건 목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아무리 우수한 선수가 있더라도, 축구는 일단 뛰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법이다. 울산은 이번 시즌 들어 유독 많이 후반에 실점을 많이 내준 팀이다. 괜히 그런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신 감독의 휴가 지시는 단순히 지친 체력을 회복하라는 뜻만 포함되어 있진 않다. 최근 이기지 못하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내면에 자리한 패배 의식을 걷어낼 수 있도록 정신적 여유를 불어넣기 위함도 목적일 것이다. 당장 부담은 있겠지만, 꼭 필요한 조치긴 했다.
신 감독은 이번 휴가 조치와 관련해 감독으로서 '도박'이라고 했다. 감독은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최고의 선수를 쓰고 싶어하는 게 당연하다. 결과를 못 내면 어찌됐든 감독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게 축구판의 생리다. 하지만 과감하게 도박을 걸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신 감독이 오자마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음을 선수들이 인지하고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울산이 다음 발걸음에 힘을 실을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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