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사들 신용등급 줄하향…“3년 내 절반 사라질 수도”
![여수 석유화학 산업단지 전경. [여수시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2/ned/20250812093127306bgqa.png)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글로벌 공급 과잉 속에 범용 제품 위주의 수출 구조가 한계에 봉착, 구조조정 대응이 늦어질 경우 3년 내 절반 정도의 기업이 도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미래산업포럼은 지난달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재편’을 주제로 제1차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석유화학 산업의 당면 과제와 미래전망’ 발표와 함께 주요 업계 임원과 산업 전문가들의 구조조정 해법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BCG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인 납사분해설비(NCC) 기반 생산 구조가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경쟁력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다운스트림 제품은 수요 정체와 가격 경쟁 심화로 단기 회복이 어렵고 구조적 불황에 진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범용 제품 중 중국과 경쟁이 심화될 수 있는 영역은 전체 중 30%로, 단기간 내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석화 자급률 개선에 따라 물량을 실기할 수 있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동남아 등 타 시장 내에서도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에틸렌 설비는 향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범용 수출 물량을 최소화하고, 내수 및 고부가 제품 위주로 재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BCG는 또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과 최근 영업손익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다운턴(하강기)이 지속될 경우 3년 이상 생존 가능한 업체는 전체의 50%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산단별 1~2개 업체가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미수채권 발생과 주요 거래처 상실로 중소 기업의 줄도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쇄적인 기업 파산은 국가 산단 내 전방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실물경제 악화와 금융시장 불안정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단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여수·울산·대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각기 다른 구조와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일률적 감산보다는 지역 맞춤형 구조조정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울산은 정유·석화 통합 사업장이 존재하고, 대산은 다운스트림 범용 비중이 높아 재편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산단에 맞춘 정책 설계와 기업 간 협업 촉진을 위한 환경 조성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BCG는 규제 완화, 세제 인센티브, 정책 금융, 고용 지원 인프라 등을 패키지로 마련해 산업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구조조정 실행 속도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급과잉 상황이기 때문에 가동률을 조정해서 생산량을 낮추는 건 불가피하다”며 “석유화학이 국가 제조업의 근간인 만큼, 산업 회복을 위해 정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도 “정부의 빠른 손질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환경 규제를 풀고 기업 간 통폐합을 가속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3대 신용평가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롯데케미칼,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사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등에 대해서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경기 위축, 증설 부담 등으로 하반기 수급은 상반기와 유사하게 비우호적일 전망”이라며 올해 하반기 석유화학 산업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기평은 특히 “주요 제품 스프레드 개선 여력이 크지 않아 저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며 “업체별로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차입 부담 완화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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