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사면, 조국의 ‘특별한 기여’에 대한 보은… 정권에 칼 될 수도[Deep Read]
22대 총선 ‘지민비조’, 6·3대선 무공천… 李대통령의 조국 사면은 ‘은전’ 아닌 ‘보상’
여론 악화로 국정·여당 지지도 동반낙하… 조국의 자기정치 본격화 땐 與 권력지도 요동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결정했다. 여론의 비판과 야당의 반발, 그리고 여권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조국 특사’를 결정한 배경엔 지난 총선과 대선 때 받았던 도움에 대한 ‘보은’ 심리, 그리고 친문(친문재인) 적자 조국을 범친명(친이재명)으로 끌어들여야겠다는 각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의 권한
전직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국민통합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특사를 단행했고 사면 대상에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포함됐다. 1987년 체제로 민주화가 정착된 이후엔 과거 군부 역사를 종결한다는 의미에서 전두환·노태우 등 쿠데타 집권세력에 대한 사면도 단행했다. 이후 보수 성향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사에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재벌 총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정치인에 대한 특사가 매번 쟁점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측근이 사면 대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입문 때부터 핵심 측근이자 가신그룹의 좌장이었던 권노갑을 사면했다(1998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강금원을 사면하면서 측근 구제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2005년 5월).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집권 6개월이 지나서, 노 전 대통령은 2년 3개월 후에야 측근에 대한 특사를 단행했다.
통상 대통령 측근의 사면에 대해 여론은 부정적이고 야당은 강하게 비난하지만, 여당에서는 반대 의견이 제기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에는 특사 단행의 대상과 기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할 때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시빗거리가 되곤 했다. 특사가 정쟁거리가 되는 까닭은 사면 대상 선정에 대한 대통령의 자의적 결정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7년 사면법 개정으로 사면심사위원회가 설치됐다. 하지만 사면심사위원회는 대상자의 선정과 최종 사면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단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단순 자문 역할에 그치고 있다. 특별사면에 따른 정치 논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면 대상자 선정에 위원회가 간여할 수 있는 권한의 강화를 고민해 봐야 한다.
◇ 은전이냐 보은이냐
통상 대통령의 특사는 범죄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면제해주는 통치자의 ‘은전(恩典)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조 전 대표에 대한 특사는 과거의 관행과는 다른 ‘보은’ 즉 ‘보상’의 맥락을 지니고 있다.
여권에서는 조 전 대표의 유죄판결이 윤석열 정권에서 진행된 정치검찰의 과도하고 부당한 수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하는 것은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며,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조 전 대표 스스로 자신과 가족에 대해 지난 수년간 계속됐던 검찰 수사를 ‘도륙에 의한 멸문지화’라고 강변했다.
사면이 핫 이슈로 부각된 지난달 초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례적으로 교도소에 가서 조 전 대표를 ‘특별’ 면회한 것도 이 같은 여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히는 대목이다. 이들로서는 대통령의 사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고, 대통령으로서는 사면 시행의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조 전 대표가 법적으로 여당이 아닌 야당 인사라는 점에서 통합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조국 사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크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조원씨앤아이 7월 5주 정기조사에서는 연령대별 태도 차가 확연했다. 20대와 30대에서 찬성 비율은 각각 32.4%와 33.6%에 그쳐 40대 이상의 조사 결과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젊은층에서 조국 특사에 대한 반대 비율이 높은 것은 조국 일가가 저지른 자녀 입시비리가 젊은층이 중시하는 공정성의 가치관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는 조국 사면의 여파로 국정 지지도와 여당 지지도가 동시 낙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 조국의 ‘특별한 기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면이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신중론이 지속적으로 표출됐다. 사면 찬성파는 조 전 대표의 사면이 검찰개혁의 일환이며 범여권 통합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중파는 조국 사면으로 인해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면 국정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조국 사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조국과 그가 이끄는 혁신당이 22대 총선과 21대 대선 시기에 보여준 ‘특별한 기여’ 때문일 것으로 관측된다. 혁신당은 지난해 4월 총선 시기에 ‘윤석열 탄핵’이라는 선명한 구호로 ‘조국 바람’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윤석열도 이재명도 다 싫다’며 무관심층으로 돌아선 진보·중도 유권자층을 깨워 투표장으로 불러냈다. 그 결과 ‘지민비조’(지역구 후보는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조국혁신당) 투표를 이끌어 냈고, 경이로운 총선 압승을 이룰 수 있었다.
또 올해 6·3 조기 대선 때 혁신당은 대선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이재명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 즉 이 대통령의 조국 사면은 ‘총선 지민비조’와 ‘대선 단일화’라는 두 개의 선거 승리와 관련한 보은(보상) 조치다. 민주당이 이번 특사 대상과 관련해 “대통령의 측근은 없고 모두 야당 인사뿐”이라며 통합을 강조한 것은 궤변이다. 혁신당은 민주당 2중대이자 별동부대가 된 지 오래다. 법적으로는 야당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범여권이며, 미구에 합당 등 이벤트를 통해 법적 여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과 대통령실 등 여권 내부에서는 조국과 혁신당의 호남에서의 인기를 의식해 향후 전국단위 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치열한 경쟁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끝나지 않은 계산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국 사면의 정치적 득실과 관련한 계산을 일단 끝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집단의 긴장관계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정권 창출이고, 그러려면 당의 깃발이 대권 도전의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 지난 총선 때 ‘비명횡사’ 당한 친문 등 비명계가 조국 깃발로 뭉친다면 정권에 칼이 되고, 여권 권력지도는 요동칠 것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지민비조’는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유행한 말로 ‘지역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의미의 조어. 혁신당 출현으로 당시 야권이 탄력을 받아 총선에서 대승함.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국회 동의 없이 행사하는 사면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정 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단행하는 일반사면과 구분됨.
■ 세줄 요약
대통령의 권한: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후 적절한 때에 예외 없이 국민통합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특사를 단행.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특사가 매번 쟁점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대통령의 측근이 사면 대상에 오르기 때문.
은전이냐 보은이냐: 대통령의 특사는 범죄 사실과 잔여 형기를 면제해주는 ‘은전’적 성격이 강함. 하지만 이번 조국 사면은 강력한 ‘보은’의 맥락을 지녀. 대통령은 조국 사면 배경으로 통합을 강조했지만 여론은 싸늘함.
조국의 ‘특별한 기여’: 조국 사면은 ‘총선 지민비조’와 ‘대선 단일화’를 통한 두 개의 선거 승리와 관련한 보은 조치. 하지만 조국의 자기정치가 시작되고 친문이 조국 깃발로 뭉치면 정권에 칼이 되고, 권력지도가 요동칠 것.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서울 도심 폐공장서 총·실탄 100발 발견
- “알몸이 다 보여요” 경북 한 호텔 여성 사우나·탈의실 외부 노출돼 ‘발칵’
- [속보]李, 조국·정경심·윤미향·최강욱 등 광복절 특별사면
- [속보]경찰 ‘광주 롯데백화점’ 폭발물 긴급 수색…신세계·올림픽경기장 등 연이은 협박해 불
- “머리에 구멍 낸다” 양천구 주차 시비 총 꺼낸 20대
- 유시민 “강선우 보좌관, 일 못해 잘렸는데 익명 숨어 갑질 주장”
- 월 745만원 버는데 기초연금? 정부 검증 착수
- 투자자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정부가 증폭”
- 여천NCC 디폴트 위기 봉합 수순… DL, 자금지원 긴급논의
- [속보]경복궁 또 낙서 테러 당했다…매직으로 ‘트럼프 대통령’ 쓴 70대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