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함조차 화려하게… 쉼없이 반짝인 노래·춤·의상

김유진 기자 2025. 8. 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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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11월 9일까지 공연
금색 칠한 무대 자동장치 전환
저택 수영장까지 등장 시선끌어
탭댄스 등 현란한 춤 선보이고
‘뉴 머니’ 등 넘버로 앙상블 뽐내
배우들 의상 225벌도 큰 볼거리
헛된 꿈 그친 욕망과 사랑 통해
1920년대 美호황기 명암 그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넘버 ‘로어링 온(Roaring On)’을 부르는 앙상블. 이 넘버는 극 중 배경이 되는 1920년대 초 전후 호황을 누렸던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오디컴퍼니 제공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에 가까이 갈 수는 있지.”(제이 개츠비)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신춘수 프로듀서, 오디컴퍼니)가 미국, 영국에 이어 한국에도 상륙했다. 일주일간의 프리뷰 공연을 거쳐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약 1200석의 객석을 동원한 대형 뮤지컬이다. 작품은 “화려함으로 무장했다”는 그간의 평대로 무대와 의상, 넘버(뮤지컬 음악)까지 1920년대 미국의 호황기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국내 독자들도 한 번쯤 읽어본 미국의 고전이기도 하다. 뮤지컬의 기본 줄거리 역시 소설을 따르는데,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 제이 개츠비(매트 도일)가 과거에 사랑했던 상류층 여성 데이지 뷰캐넌(센젤 아마디)과 재회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모든 것은 관찰자 닉 캐러웨이(제럴드 시저)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신흥 부자 제이 개츠비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 오디컴퍼니 제공

막이 오르면 금색으로 칠한 무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동 장치가 다양하게 사용돼 소품과 배경 전환, 무대 위 의상 환복이 지루할 틈 없이 이뤄진다. 극 후반부 중요한 장치인 저택 수영장도 무대에 옮겨 뒀다. 뒤이어 찰스턴부터 탭댄스까지 앙상블과 주역들의 현란한 춤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넘버 ‘로어링 온(Roaring On)’과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뉴 머니(New Money)’ 때 앙상블의 매력이 더욱 살아난다.

특히, 토니 어워즈 의상상을 수상한 만큼 배우들의 의상은 또 다른 볼거리다. 1920년대 유행하던 디자인을 살리되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의상 225벌이 무대에 등장한다. 계속되는 파티에 걸맞게 의상 역시 시종일관 반짝인다. 의상에는 2000가지가 넘는 맞춤형 원단이 사용됐다. 여주인공 뷰캐넌은 나오는 장면마다 옷을 갈아입는데, 관객과 만나는 커튼콜 때 입고 나오는 하얀색 드레스는 아마디가 가장 좋아하는 의상이다.

주인공 제이 개츠비(오른쪽)와 그가 사랑하는 연인 데이지 뷰캐넌. 오디컴퍼니 제공

그렇다고 시각적 요소에만 매료되는 것은 아니다. 개츠비와 뷰캐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한 마음을 고백하는 ‘마이 그린 라이트(My Green Light)’ 때 관객 호응은 가장 컸다. 최근 개막한 GS아트센터의 음향 역시 작품을 훌륭하게 뒷받침했다. 개츠비를 연기하는 도일의 성량은 조금 아쉬웠으나 절절한 연기력으로 그 아쉬움을 메웠다. 뷰캐넌은 당대 여성들이 겪은 억압에서 비롯된 답답한 감정은 물론 상류층의 허영과 위선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허무함으로 귀결된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물질만능주의에 경도되는 것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개츠비의 부유함도, 그가 진실하다고 믿었던 뷰캐넌과의 사랑도 모두 헛된 꿈에 불과하다. 이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교훈이나, 원작이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개츠비와 뷰캐넌의 관계는 불륜인데, 해당 소재는 국내 뮤지컬 관객의 주를 이루는 여성들에게 썩 매력적인 설정은 아니다.

아메리칸 드림 역시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설정이다. 관객이 공감하기 어려운 만큼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원작에 당대 아메리칸 드림의 명과 암이 상세히 서술돼 있기 때문에 무대에서는 초반부 캐러웨이의 입을 빌려 작품의 배경을 설명한다. 양이 방대하다 보니 대사량도 많다. 문제는 내한 공연이기에 자막과 배우를 동시에 쫓아가기 버겁다는 점이다. 자막 화면의 위치도 전체 무대와 함께 보기에 다소 불편했다.

그럼에도 155분 남짓한 러닝 타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는 공연의 특성상 취사선택이 필요했다. 신춘수 프로듀서의 선택은 ‘재즈의 시대’의 화려함.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사로잡은 작품의 매력이 궁금했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테다. 공연은 11월 9일까지 계속된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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