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프로·입시 장악한 승부조작 잔존세력의 ‘아수라판’

[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지난 봄, K리그 경기 미디어석에 승부조작 혐의로 법원으로 부터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대한축구협회로 부터 영구제명된 A가 나타났다.
AD카드도 없는데 관계자석을 활보하며 축구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자신이 여전히 ‘축구판의 한 축’임을 과시하는 듯 했다.
A는 영구제명이 됐기 때문에 에이전트 자격증이 없고 딸 수도 없다. 하지만 에이전트 자격증이 있는 대표 스포츠 회사에 몸담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 프로 등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선수가 많아 회사가 A씨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게 축구판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영구제명 상태인데 에이전트 활동에는 문제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우리회사 소속 선수들이 00 구단에 많아서 경기를 보러온 것이다. 감독이랑 이야기 해야 할 것도 있고"
"그때는 다 그런 시절이었다. 제가 말하면 축구판 또 뒤집어진다. 숨기고 억울한것도 많았다. 다 짊어진 것이다. 지난 일이니까 잊어달라"
문제는 그의 활동 무대가 프로 경기장을 넘어 대학·고등학교 축구 입시 현장까지 뻗어 있다는 점이다.

2011년, K리그 선수들이 불법 베팅에 가담해 경기 결과를 조작한 사건이 터졌다. 2016년에는 심판들이 금품 청탁을 받고 특정 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고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하나는 ‘선수가 배당금을 위해 직접 경기 결과를 바꾼 사건’, 다른 하나는 ‘공정성을 지켜야 할 심판이 판정을 금전과 거래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당시 심판 매수에 연루된 프로축구단 전직 스카우터가 자신이 일하던 경기장에서 목숨을 끊는일까지 발생해 여러 의문점을 증폭 시켰다.
대한축구협회는 법원으로 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에게 지도·심판·행정·선수 중개 등 모든 축구 관련 활동을 금지하는 영구제명 처분을 내렸다.
일부 영구제명 전력자는 A처럼 자격증 없이 중개 업무를 하거나, 지도자 자격증이 없음에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학원·고등학교 팀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3년에는 승부조작으로 제명됐던 전 국가대표 최성국이 한 고등학교 팀을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는 드러나 대중들에게 충격을 샀다.

지난 10년간 허술해진 감시를 틈타 승부조작범들이 축구판으로 은밀하게 돌아왔다.
또 다른 영구제명된 B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익명의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에이전트를 B로 바꾸면 실력이 없더라도 프로에 입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B에게 접대 그리고 금품을 상납하면 스쿼드에 올리는 일도 있더라"
"B의 힘은 구단 감독 선임이라는 큰 자리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선수영입으로 부터 나오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가능한 일이다 "
해당 구단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B가 제명된 사람인건 안다. 그런데 지금은 에이전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보유 선수가 많아 거래는 했다”고 인정했다.
이 구단 관계자는 B가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아 에이전트 활동이 금지된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는 걸까.
또 다른 학부모와 관계자들은 C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C역시 과거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인물이다.
“고등학교 팀을 운영하는 C는 학부모들에게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한다. 그 힘의 근원은 프로 구단의 대표이사, 감독, 스카우터들이다"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자들과 프로 구단 고위층이 끊임없이 교류하며 선수 영입까지 이어가는 현실은, 상식을 가진 누구라도 분노할 수밖에 없다”
자식 잘되게 하려는 부모의 마음. 승부조작 세력은 그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대학 입시와 프로 입단이라는 달콤한 꿈을 미끼로, 학부모의 불안을 움켜쥐고 흔든다.
과거의 어두운 전력은 철저히 숨기고, 자신이 가진 모든 영향력을 무기 삼아 압박한다.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하나 더 있다.
스포티비뉴스가 입수한 녹취파일에는 현직 심판평가관이 특정 팀 감독의 재계약 문제를 거론하며 구단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경기 판정과 무관한 감독과 구단사이의 인사 문제에 심판평가관이 개입하는 건, 축구계의 공정성을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행위다.
수개월의 취재 끝에 내린 결론은 혼돈이다.
구단 대표, 관계자, 전·현직 감독, 에이전트, 심판평가관까지 얽히고설킨 축구계의 ‘아수라판’. 그 속에서는 원칙도, 정의도, 공정성도 없다.
특히 최소한의 정도와 상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난 승부조작이 아니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제명됐다"
"대학 프로에 보내려면 감독들에게 인사 해야하지 않나"
“에이전트를 바꾸고 00을 주면 K리그에 뛸수 있다"
"내가 배정에 좀 더 신경쓰라고 할께"
범죄자들은 여전히 태연하게 '죄의식' 없이 말을 내뱉으며 축구장을 활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가장 큰 문제로 ‘범죄 인식의 결여’를 지적한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금품 수수와 인맥, 심판 배정 개입 등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한때 퇴출됐던 승부조작 범들이 이름과 얼굴만 바꾼 채 다시 돌아왔다. 허술한 감시망을 틈타 그들의 영향력은 더 은밀하고, 더 광범위하게 번졌다.

2011년과 2016년의 치욕보다 더 심각하고 매우 큰 위기다. 이제 검은 유혹과 손길이 ‘입시와 프로 입단' 이 라는 명분으로 학부모들까지 스며들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불거진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신속한 진상 규명에 나섰다. 축구계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관련자에 대한 전면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협조가 필수적이다. 필요하다면 협회와 공조해 자진신고 기간을 두고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
또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자들의 명단을 다시 한번 면밀하게 확인해서 조사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학부모, 학생, 심판을 포함한 모든 축구 관계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학 진학, 프로 입단, 유리한 판정을 미끼로 한 금품 요구나 청탁 제의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며, 관련자 전원은 예외 없이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된다.

축구계 내부의 고질적인 관행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제안이나 생계의 절박함을 악용한 압박이 있을 경우, 즉시 관계 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부 범죄자들이 태연하게 주고받는 말과 행위 모두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3 및 제47조·제48조에 따른 부정행위다"면서 "말 자체로도 처벌이 된다.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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