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월드 땡큐! '변기 솔'로 아깽이랑 친해진 비법
유난히 손 안타는 고양이가 있기 마련이죠. 사람 손만 보면 도망가고, 하악질하던 고양이를 입양했다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반려묘의 계속된 집사 거부 사태에 서러움을 느껴 눈물까지 흘렸다고 해요. 다행히도 현재 이 고양이는 개냥이로 변신해 집사만 바라보며 행복 묘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초보 집사들의 피.땀.눈물이 담긴 내 고양이와 친해지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인터뷰에 자세히 담아봤습니다.

part 1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분명해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호자님과 반려묘 '고로'를 소개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고양이 '고로(예전 쉼터 시절 이름은 알밤)'를 키우고 있는 초보 집사 부부입니다. 고로는 2024년 10월쯤 태어난 암컷 고양이예요. 저희와 만난 건 2025년 2월이었으니까 함께 지낸 지는 6개월 정도 되었네요.

Q. 집사의 내 새꾸 자랑을 빼놓을 수 없죠. 고로 자랑을 마음껏 해주세요!
고로는 코 위의 느낌표(!) 무늬가 매력 포인트인 고양이예요. 아기 때는 느낌표 무늬도 작았는데, 자라면서 느낌표도 같이 커지더라고요. 얼핏 보면 요즘 유행하는 '도우인 메이크업'을 한 것 같아서 가끔 "고로 씨, 화장 지우고 주무셔야죠!" 하고 놀리기도 해요.

part2
땡큐, 언더월드!
땡큐, 변기 솔️
Q. 고로와 가족이 된 사연이 묘연 그 자체예요. 가족이 된 이야기를 해주시겠어요?
고양이를 너무 좋아했던 저희 부부는 신혼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 반려묘를 입양하기로 결심했어요. 입양할 고양이를 찾으며 기준 2개를 정했는데요. 초보 집사였기 때문에 '손을 타는 순한 개냥이'일 것. 그리고 여집사의 로망인 '턱시도 고양이일 것! 이 기준으로 고양이 카페 입양 게시판을 서치했죠.그렇게 찾다 보니 서울시 동작구의 <냥이사랑쉼터>에서 저희의 기준에 딱 맞는 턱시도 고양이 '네티'를 알게 됐답니다. 쉼터가 저희 집이랑도 가깝고, 네티도 너무나 귀여워 바로 입양 문의를 넣고 쉼터에 방문했어요. 쉼터장님과 입양 이야기도 나누고 낚싯대를 들고 네티를 비롯한 쉼터의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있는데요. 저~~멀리서 조그만 고양이가 매서운 눈길로 저희를 노려보고 있는 거예요.

그 뜨거운 눈빛에 홀려 쉼터장님께 저 고양이는 누구냐고 여쭤봤어요. 어떤 할아버지 댁 지붕에서 똑떨어진 아깽이 '알밤'이었어요.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싫어하고 날이 너무 추워 쉼터장님이 구조했다고 하셨어요. 알밤이는 4개월령 고양이었습니다. 엄마냥에게 교육을 어찌나 잘 받았는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입양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쉼터장님이 말하셨죠.
지금도 장난감으로 놀고 싶은데, 사람이 무서워서
다가오지 못하는 거예요..
냥이사랑쉼터 쉼터장님
안타까운 마음에 장난감을 들고 조심스레 다가갔지만, 알밤이는 놀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숨어버리더라고요.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 쉼터 인스타로 알밤이를 찾아봤어요. 순화를 위해 어묵 꼬치 장난감으로 살살 쓰다듬어도 하악질하는 모습, 봉사자를 보고 도망가는 모습… 초보 집사들이 감당하긴 너무 큰 산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겠지만, 자꾸 '저 고양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노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고민 끝에 결국 알밤이를 입양하겠다고 쉼터장님께 말씀드렸어요.
예전에 쉼터에서 사람 손을 탈락 말락했던 고양이가 입양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고 해요. 쉼터 분들은 알밤이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게 될 거라고 걱정하셨고요. 특히 저희는 초보 집사라 더 걱정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알밤이를 고로란 이름으로 입양한 직후, 그 걱정 그대로 저희는 말도 못 하게 힘들었어요. 밤부터 아침이 올 때까지 고로는 8시간을 울었고요. 간식을 주면 돌아오는 건 냥냥 펀치에 하악질이었습니다. 서운함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죠.
쉼터 분들의 조언에 따라 고양이 진정에 도움 되는 제품들을 많이 사용했어요. 고로가 관심을 가지는 거라면 장난감이든 신발 끈이든 개의치 않고 열심히 흔들었고요. 고로 옆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우리는 무해한 사람이야!'라는 걸 온몸으로 어필하기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고로도 조금씩 마음을 열더라고요.

울음도 그치고, 배고프면 저희 곁으로 와 야옹거렸습니다. 함께 신나게 놀기도 하다가 결국에는 저희 손길을 받아들여 주었어요. 이제 고로는 저희가 퇴근하면 헤드 번팅을 열렬히 합니다.♥️ 잠들기 전엔 골골송에 꾹줍이까지 해 주는 사랑둥이 딸내미가 되었답니다.♥️ (저희가 처음 입양을 희망했던 턱시도 고양이 '네티'도 좋은 분께 입양 가 사랑받으며 살고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묘연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Q. 고로에게 사랑을 받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네요. 그런데 한 번 마음을 연 고로가 엄청난 사랑을 준다고요?
고로와 살면서 가장 신기한 점이기도 해요. 고양이가 생각보다 저희를 엄청❤️ 좋아해 준다는 거예요. 저희가 고로에게 잘 해주든, 못 해주든 상관없이요.

전에 고로 콧물 때문에 약을 먹여야 해서 억지로 붙잡고, 도망치면 쫓아다니면서 약을 먹였던 적이 있어요. 약을 먹이는 건 사실 고양이가 싫어하는 행동이잖아요? 그래서 '틀림없이 고로가 우리를 미워할 거야, 다시는 우리 옆으로 안 올 거야'라고 좌절했었죠.. 그런데 항상 다시 돌아와 주는 거예요! 마치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이요. 우리는 그렇게 막 잘해주는 것 같지 않은데요. 오히려 고양이 입장에서는 괴롭히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고, 또 용서할까? 그게 아직도 너무 신기해요.
Q. 그런데 고로의 마음을 열었던 결정적 계기가 '변기 솔'이었다고요!??
고로가 저희 손길을 받아들인 순간이 제 반려생활 중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았어요.
입양 초기 고로가 가까이 다가오긴 했었지만 손은 안 탔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유튜브 '언더월드'님 채널에서 봤다며, 변기 솔로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엄마 고양이가 쓰다듬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는 거예요. 마침 다이소에서 쇼핑 중이어서 남편이 변기 솔을 사보자고 말했죠. 저는 "고로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고, 칫솔로 쓰다듬는 건 싫어했으니 변기 솔도 싫어할 거야"라고 말했고요.


밑져야 본전이니 변기 솔을 사 왔는데, 세상에! 변기 솔로 쓱 쓰다듬으니까 고로가 사르르 녹아 변기 솔에 온몸을 비비고 골골송을 불러대는 거예요. 고로는 그냥 엄마 고양이가 너무 그리웠던 아기였던 거죠()
변기 솔 때문인지 고로는 그날부터 저희를 엄마, 아빠로 생각하고, 손길을 받아들이는 개냥이, 어디든 졸졸 쫓아다니는 껌딱지 고양이가 되었어요. 그때 영상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고로 모습이 너무 귀엽고 감격이라 아직도 종종 보고 있답니다.

part3
내 인생은 고로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Q. 먼 훗날 반려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은 어떤 문구로 하고 싶으신가요?
"내 인생은 고로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Q. 만약 딱 한 번만 우리 털뭉치와 말이 통한다면, 어떤 걸 물어보고 싶으신가요?
둘째 입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요. 저희를 만나기 전 쉼터에서 다른 고양이들이랑 잘 지냈고, 성향으로 보자면 사람보단 고양이를 더 좋아하거든요. 혹시 다른 고양이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출퇴근을 하면 혼자 집에 오래 있어야 해서 신경 쓰이기도 하고요. 언니가 좋은지, 동생 고양이가 좋은지, 아니면 혼자인 게 좋은지 물어보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고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고로야. 안녕? 고양이로 사는 기분은 어때? 특히 우리랑 같이 사는 고양이로 사는 기분이 궁금하네. 행복하니? 우리가 미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체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중성화 수술 때, 너를 병원에 맡기고 집에 돌아오니 너무 허전한 기분이 들었어. 항상 어디선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우리를 향해 우다다 달려오던 네가 없으니. 조금은 무서운 기분도 들더라. 그러니까 되도록 오래오래 같이 행복하게 지내자! 그러니까 약 먹일 때 너무 섭섭해하지 말아! 그럼 오늘도 재밌는 사냥 놀이 함께하고, 맛있는 밥도 많~이 먹고. 쿨쿨 자자. 안녕!
위 내용은 반려생활 이야기, 트렌드, 동반 장소, 의학 정보 등을 담은 동그람이의 뉴스레터 <☕꼬순다방>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소개한 콘텐츠입니다. 모든 내용이 궁금하다면 뉴스레터 구독 후 확인해 보세요!

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hi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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