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혐오 조장 단체’ 대전 청소년성교육 기관 선정에 시장 입김?
보수 기독교 성향 ‘넥스트클럽’으로 바뀐 과정 편향성 논란

“이장우 대전시장이 당선되자마자 두 개 (민간위탁) 기관을 바꿨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다.”
서울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6곳의 운영을 맡을 위탁 단체 공개모집에 지원한 보수 기독교 단체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넥스트클럽) 남승제 대표는 2024년 2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함께행복교육봉사단 출범식에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3년 전 대전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기관으로 선정될 당시 공모 절차와 상관없이 시장 의지가 반영됐다는 취지로 읽히는 발언이다. 넥스트클럽은 ‘리박스쿨’과 함께 늘봄교육 관련 활동을 하는 등 협력 의혹을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이날 출범식에서 “저희 기관이 센터를 맡자 단체들이 반대 운동을 시작했는데 대전시 입장은 ‘그렇게 한 걸 잘했다. 왜냐하면 잘못된 진보, 좌파 단체를 한 번에 다 파악해버려 획기적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며 “동시에 대전시인권센터도 (위탁기관을) 바꿨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시는 2022년말 대전시인권센터에 이어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를 차별금지법 반대와 동성애 혐오 조장에 앞장서온 넥스트클럽을 새 위탁기관으로 선정해, 지역 시민사회 단체들로부터 “정치색 진한 편향적 단체가 왜 선정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러 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넥스트클럽이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 수탁업체로 선정된 당시 심사 회의록을 보면, 이 단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질문과 평가가 오간 정황이 드러난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대전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확보한 2022년 11월 23일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운영 심사회의록을 보면, 당시 심사위원들은 기존 운영기관인 ㄱ협회와 넥스트클럽을 상대로 확연히 다른 온도의 질문을 던졌다. 심사에는 심사위원장을 포함한 6명이 참여했으나, 이 가운데 1명은 당시 넥스트클럽 교육총괄을 맡았던 정규영씨(현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 대표)가 강사로 활동했던 단체 관계자였기 때문에, 심사에서 배제됐다.
심사위원들은 기존 운영기관인 ㄱ협회에는 첫 질문부터 “센터장이 12년차인데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며 극복 방안을 요구했고, 성소수자 교육 방향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체험형 성교육’의 개념을 묻기도 했다. 이는 임산부 벨트를 매보거나, 아기를 안아보는 등의 교육인데 일부에서는 성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도 새로 만든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에서 ‘체험관’이라는 용어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반면 넥스트클럽에는 이런 질문이 없었고, 대신 ‘교육청과의 관계’를 묻는 우호적인 질문이 나왔다. 넥스트클럽은 “교육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교장단 모임과 중·고등학교 교장단 모임을 따로 운영한다”고 답했다. 심사위원들은 교육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체계 확보 방안(배점 10점) 항목에서 5명 중 4명이 넥스트클럽에 만점을, 1명이 8점을 줬고, ㄱ단체에는 5~8점을 부여했다.
공통 질문에서도 편향은 드러났다. 심사위원들은 “성문화센터가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있고, 보건교과서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센터도 생명존중·인간존엄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는 반동성애·보수 성향의 넥스트클럽에 유리한 전제였다.
이에 ㄱ협회가 “임신으로 청소년에게 피해가 많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성을 안전하게 누려야 한다”고 답하자 한 심사위원은 “청소년이 성을 누려야 하냐”며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부정하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반면, 넥스트클럽은 “동의한다. 성을 대하는 마음만 명확하면 청소년이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교육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넥스트클럽은 또 ‘기존 기관과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어머니의 마음으로 교육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심사 내용만큼 점수 차이도 컸다. 넥스트클럽은 98·96∙94·90·81점을, ㄱ협회는 56·75·76·77·92점을 받았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평균을 낸 결과 넥스트클럽이 평균 93.3점을 받아 76점을 받은 ㄱ협회를 17점 넘게 앞섰고, 결국 넥스트클럽이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을 맡게 됐다.
이에 심사위원 1명이 넥스트클럽 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사이였던 등 당시 심사위원들의 편향성과 적격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심사위원은 조례를 근거로 매번 뽑는다”며 “심사위원의 성향을 따로 파악해 선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장우 대전시장의 개입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넥스트클럽 쪽은 한겨레에 “우리는 리박스쿨과 같은 댓글 작업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서울시) 민간위탁 결정 며칠 전에 기사를 쓰는 건 불공정한 언론플레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대전시의 심사 과정이 오는 13일 있을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은 “넥스트클럽이 운영하는 센터는 남녀 성역할을 강화하는 학교 성교육을 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이런 기관에 청소년의 성교육을 맡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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